(범인추리) 내가 그를 죽였다 결말 – 히가시노 게이고

지난번에 읽은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에 이어 보게된 게이고의 추리소설, 내가 그를 죽였다. 전편에서는 거의 95% 사건 해결해놓고 마지막 단서까지 던져주면서 이걸로 결론지어봐라 수준이었는데, 이번에는 직접 용의자들의 범행 가능 시간 및 범행 도구였던 독약 캡슐의 행방까지 추리해보도록 만들도록 수준이 어려워졌다.

책표지

하지만 전편과 마찬가지로 마지막에 가가형사는 결정적인 단서를 손에 들고 여기에 집중하면 맞출수 있어요~ 하고 살랑살랑 흔들어댄다. 이번 작품의 추리하기가 난해한 것은 끝내 밝힐 수 없는 부분들을 함께 내포하고 있어서이다. 거기에 연연하다가는 가장 중요한 본질을 놓쳐서 범인을 잡을 수 없게 된다.

이번에는 종이를 펼쳐놓고 각종 단서들과 의문점을 빼곡히 적어본 후에야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 일부로 마지막 부분에 용의자 세 명의 혐의를 모두 벗긴뒤 다시 모두 가능성이 있는 상황으로 알쏭달쏭하게 만들어 버리는지라… 자 그럼 추리

범인 추리

먼저 호다카의 약통에는 처음 12알이 있었는데 캔커피와 함께 한 알을 먹었고, 그 바로 전에 포장을 뜯으며 먹은 한 알, 결혼식날 미와코가 필케이스에 넣어준 한 알을 제외한 9알이 사건 후 미와코 가방에 있는 약통에서 발견되었다.

남아있는 9알은 독약이 아닌 원래의 비염약이었고, 준코는 여기에 독약캡슐을 넣을 수 없었다. 라기 보다는 준코가 만든 독약캡슐이 어떻게든 미와코가 가진 약통에는 들어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따라서 미와코의 손에서 필케이스가 떠난 이후에 독약캡슐로 바꿔치기 된 것이다.

다음으로 준코의 약통에 있던 12알은 자살할때 먹은 한 알, 독약 제조를 미쳐 못한 분해된 캡슐 한 알, 가오리가 가져간 한 알, 스루가가 가져간 한 알, 준코가 몰래 필케이스에 넣은 두 알, 현장에서 발견된 5알, 행방이 묘연한 1알로 생각된다. 가오리와 스루가가 가져간 독약캡슐이 그대로 있는 것은 내용에 나왔고, 하지만 행방이 묘연한 1알로 인해 둘 중 누군가 다시 와서 독약캡슐을 가져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편 다카히로는 준코가 필케이스에 넣었던 독약캡슐 두 알을 호다카가 쓰레기통에 버리자 몰래 챙겼다. 그 중 한 알을 고양이에게 먹였고, 나머지 한 알은 보관하고 있었다. 역시나 용의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다카히로는 필케이스에 약을 바꿔칠 타이밍이 전혀 없었다. 물론 마찬가지로 가오리와 스루가도 바꿔칠 타이밍이 없었다. 세 명 다 범행에 사용된 독약캡슐 소지의 가능성은 있었으나 범행을 저지를 기회는 없었던 아리송한 상황이 되어버린다.

여기서 가오리나 스루가가 한 알 더 챙겼지만 범인이 아니다 라며 남은 독약캡슐을 밝힌다면 다카히로가 범인으로 확정되겠지만 그럴리 없다. 즉 이 시점에서 캡슐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와 누가 캡슐을 바꿔치기했을까 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추리는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가가형사가 말미에 제공한 최종단서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가방, 약통, 필케이스 중 한개에서 발견된 낯선 지문. 낯선 지문이라는 것은 바꿔치기 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가방이 바꿔치기 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고, 약통은 미와코와 호텔에 묵은 다카히로가 바꿨을 수 있다.

그러나 독약캡슐이 하나가 들어간 약통으로 바꾸고 10%의 확률로 미와코가 독약캡슐을 집었다고 보는 것은 뭔가 부자연스럽다. 또 호다카의 약통에 몇 알이나 남았는지 확인하고 바꾸려면 약통에 두 번의 접근기회가 필요하고, 지문도 남아서는 안된다. 다카히로가 사온 약통에 낯선 지문이 있을리도 없다.

결론적으로 필케이스가 바꿔치기 된 것인데, 바로 답이 나온다. 스가루의 독백에서 필케이스는 예전 부인과 한 쌍으로 샀다고 한 사실과, 집에 호다카의 정리할 물건들이 여러 박스가 와있었다는 점이 결정적 단서이다. 스가루가 자신의 집에 와있는 호다카의 짐 중에서 똑같은 필케이스를 찾아서 보이에게 건네줄때 바꿔치기한 것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바로 필케이스 바꿔치기의 가능성을 떠올렸다면 정말 예리한 관찰력일텐데, 그렇게 되기에는 아직 멀은 것 같다. 사건의 단서가 될만한 대목을 주목해서 기억해두는 요령이 필요하겠다.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범죄인데, 내용 자체도 재밌어서 드라마처럼 푹 빠져서 읽게 되고 또 사건 구성에 독자를 고려해서 이렇게 만들어내려면 정말 어려울 것 같다. 단순히 범인 추리하는 걸 떠나서 가가 형사는 어느 시점에 어디까지 단서를 입수하게 되었을지도 생각해보면 재밌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