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을 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대학생때 한창 봤으니 10년도 훌쩍 넘었군요. 확실히 예전처럼 엄청난 감동과 몰입은 없더라고요. 컨텐츠라는게 다 맞는 나이대가 있는건지…
그래도 이정도면 매우 좋은 세계관과 스토리에 진행도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일본애니 추천에 답변할때 거론되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사이코패스 세계관
머지않은 미래에 일본은 자급자족의 폐쇄적인 사회공동체 체제가 되어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식량의 자체조달이 가능하게 되어서 외국과의 교류가 없이 단일국가 만으로만 계속 유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때쯤 되면 일본이 가라앉는거 아닌가..
아무튼 이 독립국가 체제의 근간은 시빌라 시스템이라는 중앙컴퓨터인데요. 일본 후생성에서 개발한 이곳에서 인간의 뇌스캔 데이타를 분석해서 여러가지를 판단해줍니다.
그 사람의 직업적성과 인격, 성격 등 모든 가치를 평가함은 물론 사이코패스 수치를 통해 범죄계수를 산출해서 잠재적 범죄자인지 여부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시빌라시스템 체제하에서 사는 인간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분석된 능력치에 맞는 일을 하고 살아가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자유도가 더 없는 세상이지요.
중간에 옛날 노인네들처럼 직업 선택을 고민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 부분에서 판정된 직업적성도에 맞게 일하게 되는 이 세상이 당연시되어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빌라 시스템이 통제하는 사회에서 경찰이 하는일은 실제 범죄자를 잡는다기보다는 범죄계수가 높은 사람을 잡아다 격리하는, 말그대로 사전예방 차원의 업무가 주를 이룹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 같은데… 네,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비슷하죠?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예언을 해서 잡는 것이고, 이 시빌라시스템에 의한 범죄계수 측정은 대상 인간의 뇌구조를 스캔에서 범죄를 일으킬만한 소지가 있는지를 판단하고 잠재적 범죄자로 분류하는 방식입니다.
아무짓도 안했는데 길다가다 뜬금없이 잠재적 범죄자라고 사회격리처분을 당하면 정말 황당할거같긴 해요. 실제로 잠재적범죄자 판정을 받은 이후 승복을 못하고 도망다니다가 사이코패스 수치가 더 상승해서 격리가 아닌 즉시처분 (사형) 판정으로 격상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ㄷㄷㄷ
범죄계수 수치가 100이 넘으면 잠재적 범죄자로 분류되어 격리시설로 감금조치가 되고, 범죄계수 수치가 300이 넘으면 아주 위험한 인물로써 즉시처분대상이 됩니다. 이렇게 온몸이 터져서 죽는 끔찍한 결말을 맞게 되지요.
경찰이 가지고 다니는 총은 시빌라시스템 중앙처리센터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데요, 대상자에 총을 들이대면 스캔을 한 후 시빌라시스템이 바로 범죄계수를 알려줍니다.
범죄계수에 따라서 패럴라이저 모드로 대상을 마비만 시켜서 격리시설로 데려가거나, 리설 엘리미네이터 모드가 되어서 대상을 없애버립니다. 또 사람이 아닌 로봇이 공격한다던지 할때에는 디스트로이 디컴포저 모드로 변환되어서 최대출력을 뿜어내는데, 말그대로 가공할만한 위력의 파괴력을 보여줍니다.
경찰이 쓰는 이 총의 이름은 도미네이터라고 불리웁니다. 지배자.. 라는 뜻인가요? 어떻게보면 모든 인간의 최대행복이라는 대전제를 구현하기 위한 시빌라시스템인데 사실상 사회를 통제하고 개인의 자유를 억압함으로써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마치 독재체재같은 지배구조 시스템과도 흡사한데, 그러한 사이코패스 세계관을 상징화하는 이름이 아닌가 싶습니다. 경찰들이 가지고 다니는 이 도미네이터라는 총이 결국 개개인의 잠재적범죄자 여부를 판정하고 강제로 조치하니까 지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도 볼 수 있겠죠.
사이코패스 수치 제로
마키시마는 그러한 시빌라시스템이 지배하는 세상에 반감을 품은 사람으로, 아무리 범죄를 저지르고 살의와 악의를 지녀도 사이코패스 수치가 계측되지 않는 특이체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 과학에서 100%라는 것은 없잖아요? 뇌스캔을 통한 시빌라시스템의 범죄계수 측정방식도 현 수준에선 몇백만분의 1 정도로 계측불가한 사람이 나타나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잠재적범죄자로 분류될리가 없으니 좋은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수도 있을텐데, 사이코패스 수치를 높이지 않기 위해 관리하고 사는 것이 인간의 삶에 큰 비중인 이 시대에서는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마치 관리대상이 아닌 인간처럼 생각된다고나 할까요? 나는 대체 어떠한 사람이길래 그런 것이며 이 시빌라시스템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인간은 왜 기계가 판단해주는대로 일하고 범죄자가 되고 그렇게 살아야 되는가 이런 생각들을 하게되는 것이죠.
사이코패스 수치에 걸리지 않는 사람들 중에 시빌라시스템에 반감을 품은 사람이 많거나, 그 특이체질을 이용해서 범죄자가 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그러한 특이체질인 범죄자들이 결국 잡혀서 가는 곳이 시빌라시스템의 일원이 되는 것이라는… 납득하기도 어렵고 아이러니한 진실이 바로 사이코패스 세계관이 던지는 큰 질문입니다.
한가지 마음에 드는 것은, 소년법 같은것이 사라진지 오래고 법에 의한 재판같은 과정도 없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어린아이나 학생이라도 도미네이터로 싸이코패스 수치를 스캔해서 잠재적 범죄자 판정을 받으면 규정에 따라 격리시설로 감금조치가 됩니다.
격리시설에 들어가면 영원히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싸이코패스 수치 관리를 해서 낮추면 다시 나올 수 있다고 하네요.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경우는 드물지만요.
그 왜 정신병원에 있으면 더 정신병자가 되는것과도 비슷하달까요? 격리시설에 갇혀서 잠재적범죄자로 낙인찍혀있는데 마음상태 유지가 잘 될리가 없겠지요.
이정도 과학기술이 발달했으면 사이코패스 수치라는것도 약물치료나 뇌조정을 통해서 강제로 낮출수도 있지 않을까 싶긴한데…ㅎㅎㅎ 아무튼 기계가 판단해서 사람을 예비 범죄자로 만드는 불합리한 시스템이지만, 어린애라고 봐주지 않는 점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ㅋㅋㅋ
우리나라의 사회적 문제가 발전이 앞선 일본을 따라가는 경향이 많은데요. 소년법 믿고 나대는 애들이 저지르는 범죄 때문에 이미 많은 문제가 되었죠. 방황하는 칼날이나 고백 같은 작품도 바로 그런 사회적 미성년자범죄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이코패스에서도 그러한 부분이 잠깐 언급이 되네요.
시빌라 시스템 하의 경찰업무 방식
세계관도 그렇지만 경찰의 운용시스템도 정말 특이합니다. 감시관과 집행관으로 이루어진 경찰시스템은 극소수정예멤버로 운용되는데, (사회적으로 범죄 자체가 없기도 할테고)
집행관은 범죄계수 100넘어서 잠재적 범죄자 판정을 받은 사람중에 시빌라시스템이 경찰 적성이 맞겠다고 판단한 사람들을 데려다가 일을 시키는 겁니다. 이게 무슨 개소리냐고요?
싸이코패스 수치라는것은 마음의 불안정이나 공포같은 것에서도 높아질 수 있고 또 싸이코패스 수치가 높은 다른 사람과 함께하면 전염이 되기도 합니다. 범죄성향 기질이 옮겨가게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계속 범죄자를 잡아들이고 범죄에 노출되는 경찰들은 싸이코패스 수치가 상승할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도미네이터로 집행을 하는 일은 집행관에게 맡기고 감시관은 그 집행관이 돌발행동을 저지르지 않나 감시하는 역할입니다.
범죄소탕을 하면서 얻게되는 싸이코패스 수치는 어차피 잠재적 범죄자인 집행관이 계속 먹으라 이거고 감시관은 집행관이 범죄자로 돌변할 경우 처리하는 감시역할을 하는 이상한 구조로 일을 하고 있어요. 더 웃긴 것은 감시관이 일하다가 범죄계수 높아지는 경우도 다반사라 그렇게 되면 집행관으로 바뀌어서 계속 일하기도 한다는거 ㅋㅋ
마키시마와의 싸움이 모두 끝나면 마지막 엔딩 부분에는 신입이였던 츠네모리가 고참포스를 풍기고 있고, 시모츠키 미카가 신입으로 등장하는데 얘는 중간에 전통학교 학생으로 나왔던 아이입니다.
친구가 범죄에 죽은 것을 계기로 경찰이 되기로 결심했나보네요. 자칫하면 충격으로 싸이코패스 수치가 증가해서 오히려 잠재적 범죄자가 되기도 하죠. 계속 쓰고 있지만 이 방식 정말 어이없네요 ㅋㅋ
시모츠키 미카의 등장과 함께 사이코패스는 시즌2를 암시하면서 막을 내립니다. 얼릉 또 나왔으면 좋겠네요. 시즌1이 마키시마의 시빌라시스템에 대한 도전이었다면, 시즌2에서는 보다 근간을 흔드는 음모론 스케일의 스토리가 펼쳐지길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엔딩부 최고의 반전은 데이타센터에 앉아있던 금발의 글래머이자 잠재범인 카라노모리 시온과 예전 음악활동을 하다가 잠재범이 되고 집행관 인생을 살고 있는 야요이의 동침장면이죠 헐 둘이 레즈였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