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추리)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결말 – 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안읽은지 백만년. 손에 좀 들어야겠다고 서점을 서성이면서, 일단 재미를 붙이기 위해 소설을 골라야겠다고 생각만 할 뿐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을 찾지 못해 발길을 돌렸었다.

그러다 다독가인 형의 책장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책 2권이 있었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내가 그를 죽였다. 이렇게 나란히 있는 책이 흥미로워서 먼저 한 권을 집어들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라…

책 표지

사실 시리즈로 첫 권은 누가 그녀를 죽인 사건, 두번째 권은 그녀를 죽인 범인의 사연 이런 내용인줄 알았는데 별개의 소설이었네. 하긴 두번째껀 제목이 내가 ‘그’를 죽였다 인데 잘못 봤었나보다.

책 포장지에 써있는 서평에 출판 후 범인이 누구냐는 문의전화가 쇄도한 작품!! 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걸 보니 범인을 밝히지 않고 추리는 독자의 영역으로 넘기는 스타일인가보다. 그래서 꼼꼼하게 읽게 되었다.

사실 셜록홈즈처럼 지혼자 단서를 발견해서 추리해내고 보는사람은 아아 그렇구나 대단하오잉 하는 부류보다 이런게 훨씬 낫다. 적당히 현실적인 수준에서 사건을 만들고 보는 사람한테도 단서를 전부 줘서 추리해볼 수 있게 해야 재미가 있지…

이런 방식 자체가 특이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사실 예전에 우리나라 소설 중에서도 용의자가 3명이었던 작품을 읽은적이 있다. 끝내 범인을 알려주질 않아서 짜증내면서 책을 집어던졌었는데, 지금처럼 인터넷이 잘 발달해 있었더라면 찾아봤을텐데 말이다. 뭔 책이었는지 제목도 기억이 안나네…

아무튼 아래는 이 책을 읽은 후에 나름대로의 추리이며 딱히 다른 대안은 없다고 생각된다. 뻔하니까… 스포일러이므로 읽지 않은 분은 읽지 마시길.

범인 추리

마지막 부분에 야스마사가 확신을 얻은 부분에만 주목하면 되어서 꽤 간단하다. 가가 형사가 챙긴 증거물인 쓰레기통에 있던 빈 약봉지이다. 유바 가요코에게 먹도록 하여 그녀가 찢은 약봉지(장미꽃 쓰레기통에 버린)였을 텐데, 바로 이것이 가요코가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인지 말해주고 범인을 알려주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먼저 간단히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준이치는 그림을 그린다는 거짓 알리바이를 만들었던 시간에 소노코의 집에 왔다. 그리고 수면제를 먹여서 잠재우는 데까지 진행되었다. 그 때 비닐끈을 든 유바 가요코가 들어왔고 두 사람은 살인을 취소하고 돌아간다. 준이치가 알리바이를 위한 새벽 1시의 약속을 위해 먼저 나가고, 가요코가 남아서 정리를 하고 떠났다.

다음날 아침에 둘이 함께 다시 왔을때는 소노코가 죽어있었다. 소노코가 깨어났다가 자살을 했을 수도 있고, 유바 가요코가 죽이고 나갔을 수도 있고, 준이치가 다시 돌아와서 새벽에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 어떻게 가요코가 뜯은 약봉지로 범인을 확신할 수 있었을까.

소노코의 살해 현장에는 수면제 봉지가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준이치가 자살로 위장하려고 처음에 소노코에게 먹인것이고, 두번째는 범인(혹은 자살이라면 소노코가)이 뜯은 것이다. 하나의 약봉지는 준이치가 뜯었기 때문에 오른손잡이의 형태로 나타나 있을 것이다.

두번째 약봉지의 뜯긴 흔적이 왼손잡이라면 소노코가 자살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야스마사가 범인을 확신했으므로 분명 두번째 약봉지는 오른손잡이의 소행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살은 아니고 타살인데 가요코와 준이치 중에서는 어떻게 결정을 할까.

야스마사는 가요코가 약봉지를 뜯을때 왼손잡이인 것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소노코의 장례식에 왔을때 가요코는 분명 오른손으로 조의금 봉투에 글씨를 썼다. 그래서 미처 눈치채지 못했지만, 약봉지를 뜯을때 그것이 드러난 것이다. 소노코처럼 가요코 역시 글씨만 오른손으로 쓰도록 교정을 받은 타입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살해현장에 남아있던 약봉지 두개는 모두 오른손잡이가 뜯은 것인데 실제 오른손잡이는 준이치 뿐이므로 범인으로 확정된다. 만약 가요코가 왼손잡이가 아니었다면 둘 중 범인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었겠지만, 약봉지를 통해 야스마사와 가가형사가 확신을 내렸으므로 위와 같이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 준이치가 가요코를 택하기 위해, 가요코마저도 속이면서 소노코를 다시 와서 죽였다는 것이니… 분명 소노코가 악행을 저지를 마음을 돌린 것을 알면서도 끝내 살인을 저질러버린 이유가 무엇일까. 씁쓸한 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