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주로 헐리우드 영화만 많이 접하게 되는데, 잘 찾아보면 세계 각국에 재미난 작품들이 참 많다. 특히 지난번 인비저블게스트는 스페인 영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했다. 이 오퍼나지 시리즈도 참 명작이다.
로라와 카를로스 부부는 예전 고아원이었던 오래된 저택을 사서 이사를 온다. 로라가 바로 이 고아원 출신이고, 시몬도 입양아이며 그녀의 꿈이 고아원을 만들어서 자신이 받은 혜택처럼 다른 어린이들을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
그런데 시몬에게는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 자꾸 없는 친구들을 지어내서 상상의 이야기를 진짜처럼 한다는 점이다.
오퍼나지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면 당연히 애가 귀신을 보는구나 생각하겠지만, 로라 카를로스 부부는 정신이 좀 문제가 있다고만 생각하고 차차 나아지겠지 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둘이 단란하게 피아노를 치는 장면에서도 쿵 하는 소리에 로라가 돌아보는 순간이 있는데, 이것도 감독이 어떤 복선으로 넣어논 것일까? 한번 더 보면서 사소한 의미까지 놓치지 않으려 집중했지만 그래도 의미를 알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로라는 시몬과 약속대로 바닷가로 가서 등대를 구경시켜주는데, 해안절벽에 있는 동굴에서 시몬은 다른 친구를 만난다. 착한 시몬은 그 친구가 집에 찾아올 수 있도록 조개껍데기를 길에 뿌리면서 돌아온다.
로라는 다음날 집앞에 조개껍데기가 모아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시몬이 새로 만난 귀신친구가 집에 오면서 주워온 것이리라.
영화를 보면 이렇게 쉽게 귀신의 존재를 믿게 되는데, 현실에서는 왜그리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걸까 ㅎㅎ
그러던 중 정체불명의 할머니가 한명 집에 찾아오는데… 시몬에게 새로운 치료법이 있다는 둥 이상한 소리만 늘어놓다가 사라진다.
밤중에 자다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할머니가 안가고 창고에 숨어있다가 도망간다. 이런 장면에서 은근히 섬뜩하고 쫄깃쫄깃한 스릴감을 조성함.
오퍼나지 비밀의계단은 기본적으로 귀신스릴러 장르지만 그렇다고 사람 무섭게 하는게 목적인 영화는 아니다. 일본,미국 공포영화처럼 소리로 사람 놀래키는 그런식이 아니라 영화를 끝까지 보면 반전과 스토리가 있는 결말을 마주하게 된다.
시몬이 그린 친구들 그림. 다 실제로 없는데 귀신하고 얘기하면서 그린 것이다. 중간에 이상한 가면쓰고 있는 녀석이 동굴갔을때 새로만난 친구 토마스이다.
귀신들이 숨겨놓은 보물찾기 게임을 하는 토마스. 어떤 물건의 원래 위치로 가면 다음 단서를 남겨놓는 식의 수수께끼인데, 그 마지막에는 상대방에게 보여주고픈 중요한 비밀이 있다.
오퍼나지 비밀의계단에서 3번 이 보물찾기 게임이 나온다. 시몬의 비밀 (환자기록) 고아원 아이들의 비밀 (시체위치)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시몬의 비밀 (시몬 실종된위치)
동네 애들불러서 생일파티 하는날, 시몬은 토마스의 비밀집을 보러가자고 계속 조른다. 시몬이 성질내면서 케익을 엎어버리자 로라도 화나서 홧김에 싸닥션을 날린다. 애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지랄하면 어떻게 달래야할까 o_O
그러던 중 시몬이 없어지고 집안을 찾아헤매던 로라는 토마스를 만난다. 가면을 벗기려하자 토마스가 밀쳐서 욕조에 넘어지고 문짝에 찧어서 손톱도 빠짐 ㅠㅠ 못된 귀신새끼….
시몬에게만 보이던 아이들 귀신이 로라에게도 보이기 시작하는데, 해안동굴에 토마스가 보여서 로라는 시몬이 거기로 갔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수색대가 와서 밤새 찾아도 아이는 없었다. 우리나라였으면 실종신고 받아주지도 않을 거 같은데 배가 여러척에 사람 엄청 몰려와서 찾는거보고 놀람
시몬 실종후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로라와 카를로스…. 어린이 쉼터 오픈계획도 물건너가고 (자기 아들이 없어졌는데 누굴 데려와 보살피겠냐)
우연히 시내에서 지난번 왔던 수상한 할머니를 마주치는데, 마침 할머니가 차에치여 죽는다. (….) 로라는 할머니가 유모차에 태우고 있던 것이 아이가 아니라 토마스를 닮은 인형임을 알게되고…
할머니를 통해 고아원의 과거 비밀이 드러난다. 할머니는 저 뒤에 중앙에 서있는 유모였는데, 아들 토마스가 얼굴이 기형이라 숨겨 키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토마스 얼굴이 궁금한 아이들이 해안절벽에 데려가서 가면을 벗겼고, 거기에 냅두고 와서 밀물때 익사해서 죽어버렸던 것.
로라가 입양된 후에 일어난 일이라 그런 내막은 알지 못했었다.
귀신은 보이는데 시몬의 단서는 찾을 수 없자 심령술사를 집에 불러서 조사를 한다. 심령술사는 아이들이 죽어가는 고통스러운 과거의 한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여전히 시몬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로라는 귀신 아이가 남긴 수수께끼를 통해 죽은 아이들의 유골을 찾아낸다. 토마스의 엄마 (=수상한 할머니)가 아들의 죽음에 분노해서 다섯명의 아이에게 독약을 먹이고 시체를 유기했던 것. 드러나는 끔찍한 오퍼나지(고아원)의 진실.
스페인 귀신도 결국은 내 한을 풀어주세요, 내 얘기를 들어주세요 이런걸 원하는구나. 동양 귀신과 본질은 똑같네 ㅋ 오퍼나지의 비밀을 밝히고 죽은 아이들도 찾아냈지만 시몬은 여전히 없다.
잠깐 삼천포로 빠져서 다른 얘기를 좀 하면,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에서 남편 카를로스는 도움도 안되고 답답하게만 비춰지는데 남편 카를로스의 장면들만 모아봤다.
시몬이 밤에 깨서 부를때 쳐자느라 안감
로라가 위험한 상황에 빠졌을때 다 끝나고 나타나서 왜그래? 시전
시몬 찾기를 포기하고 우울한 집에서 나가자며 현실도피
귀신을 보는 로라를 믿지않고 혼자 집에 남겨두고 떠남
그리고 수상한 할머니 창고에 숨어있었을때도 다 끝나고 나와서 뭐 어쩌게 빨리자자 이러고 있고 ㅡ,.ㅡ;; 한대 쥐어박고싶은 답답이 남편이었다.
다시 얘기로 돌아가서, 시몬을 찾기위해 귀신 아이들의 도움을 받고자 로라는 계속 교감을 시도한다. 마침에 그녀의 눈앞에 죽은 아이들이 나타나고
로라는 시몬이 있는 장소를 찾게된다. 아이들이 보물찾기 수수께끼로 줬던 손잡이가 이 다용도실 안쪽의 지하실문이었음. 로라가 시몬 찾아다닐때 파이프를 안에 던져넣어서 문이 안열리고 시몬이 못나온 것이었다. 애 죽음이 자기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되면 얼마나 마음이 찢어질까….
오퍼나지 비밀의계단 제목의 뜻은 바로 이 지하실 계단을 말하는 것이었다.
잠시 살이있는 시몬이 저 잘지내고 있어요 라고 말하는 환각을 보게 되는데, 상담치료에 나갔을때 다른 부모들이 죽은 아이가 찾아와서 얘기했다는 것과 비슷하다. 그때는 로라가 우리애는 죽지 않았어 실종일뿐이야 라고 했지만, 결국은 같은 처지였던것….
고통과 상실감에 로라 또한 약을먹고 자살하는데, 시몬과 토마스, 다른 아이들이 모여서 행복하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죽어야 닿을 수 있는 천국같은 사후세계를 암시하면서. 로라에게 웬디처럼 늙었다고 하는 아이들이 피터팬인걸까. 많은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다.
결말에 한 장면이 더 나오는데 카를로스가 돌아와서 로라의 흔적을 찾고, 문이 열리는 모습이다. 카를로스도 귀신을 보게 된 것일지…
죽음은 두렵고 멀리하고픈 것이지만 고통스런 삶은 때로 죽음으로써 영원한 안식에 들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원더랜드와 피터팬에 대한 독특한 해석이 느껴지는 오퍼나지 비밀의계단 결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