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루퍼 결말 해석과 타임슬립 반전의 몇 가지 의문점들 (모순)

일단 영화 루퍼 결말해석의 모순점이라고 생각되는 의문을 제기하기 전에 내용 자체를 간략히 요약해보고 넘어간다.

루퍼 줄거리 초간단 요약

주인공은 루퍼라는 일종의 살인청부업을 직업으로 하고 있으며 미래의 범죄조직에서 타임머신으로 현재로 보낸 사람들을 죽인 후 시체를 처리한다. 그렇게 되면 미래에는 그 사람의 흔적조차 없어져서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된다.

미래에서 온 사람 처형하는 루퍼

그런데 루퍼랑 얽힌 관계조차 지우고 싶은 일부 사람들은 미래의 루퍼를 잡아서 거액의 금괴와 함께 과거로 보낸다. 그러면 루퍼는 미래에서 온 자기 자신을 죽이게 되고, 미래의 내가 죽은 시점까지만 인생이 남는 셈이므로 금괴로 흥청망청 살다 죽는다. → 이것을 ‘계약해지’라고 부른다.

주인공에게도 미래의 나 (브루스윌리스)가 찾아오는데 두건도 쓰지않고 손도 안묶인채로 와서는 현재의 나를 때려눕히고 도망을 간다. 미래에 ‘레인메이커’라는 놈이 루퍼들을 청소할려고 대량 계약해지중이라고 한다.

계약해지했는데 미래의 나를 안죽이면 조직으로부터 척살을 당하니까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나를 죽일려고 찾아나서게 되는, 대략 이런 스토리이다.

자 그럼 이제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던 부분들 정리.

영화 루퍼의 모순점들

브루스 윌리스가 도망친 순간에 미래는 다 바뀐다.

미래에서 돌아온 브루스 윌리스는 이미 예전에 미래에서 온 자신을 죽였던 존재다. 그래서 대가로 받은 금괴로 흥청망청 살다가 중국 여자와 사랑에 빠져서 같이 살게 된다.

미래에서 온 자신을 죽인 후에 흥청망청 살면서 머리가 빠지고 브루스윌리스로 되는 과정이 나온다 그러다가 죽을 날이 되어서 조직 애들이 잡으러 오는데 그만 여자가 총에 맞고 죽는다.

여자를 살리기 위해 브루스 윌리스는 순순히 죽임을 당하지 않고 과거에서 도망친 후 인생을 바꾸려고 한다. → 줄거리의 핵심

과거의 자신에게 죽지않고 도망치는 루퍼

애초에 브루스 윌리스가 죽지 않고 도망친 시점에서 이미 기존의 과거는 다 꼬여버린게 된다. 왜냐 브루스 윌리스는 미래의 자신을 죽이고 흥청망청 살다가 중국여자를 만난 것인데, 미래의 내가 죽지않고 도망친 상황에서 현재의 나는 다른 인생을 살게 되고 중국 여자를 만날 가능성은 없어진다.

커피숍에서 둘이 얘기하면서 현재의 나 (조셉고든)이 미래의 나 (브루스 윌리스)에게 시계의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는데 사진을 보고 내가 그 여자를 사랑하지 않기로 마음먹으면 인생이 바뀌는 것이고 미래에서 온 브루스 윌리스는 중국 여자랑 사랑했던 과거가 사라지는 셈이 되므로 기억에서 없어질 것이다.

(얼굴까지 기억에서 완전히 없어지진 않을수도 있다 현재의 내가 지금 한번 사진을 보긴 하니깐)

미래의 자신을 죽이고 30년동안 흥청망청하면서 인생을 살다가 엄청난 우연끼리 만나서 서로가 사랑에 빠지는 것인데 30년 전부터 바뀌기 시작한 인생에서 다시 그 여자랑 사랑에 빠질 확률은 정말 희박하고, 아예 중국이 아니라 프랑스로 갈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과거로 가서 도망치고 레인메이커를 죽여야지 라고 결심한 그 순간에 과거의 나의 인생이 바뀌게 되는 것이 결정된 것이므로 그 자리에서 여자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야 맞다.

조셉고든 자살과 브루스 윌리스 돌아오는게 모순

뭐 일단은 브루스윌리스가 과거로 와도 그 외의 인생은 그대로라고 가정하고, 그걸 다 떠나서 마지막에 자살을 하는 상황에서 얘기를 다시 생각해보자.

미래의 나는 옛날에 미래의 자신을 죽이고 흥청망청 살다가 사랑한 중국여자를 구하기 위해 과거에서 도망침

vs

현재의 나는 미래에서 온 도망친 자신을 죽이기 위해 쫓다가 마지막에 자살을 해서 미래의 나를 없앰

자살한 시점에서 조셉고든의 인생은 거기까지인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왜 자살을 하게 되었나, 미래에서 온 내가 도망쳐서 레인메이커 죽인다고 깝치다가 일이 그렇게 되었지. 그런데 자살을 한다면 미래의 나라는 건 애초에 없는데, 자살을 하는 원인도 없어지는 것이다.

만약 자살한 시점에서 1년 전의 시간대를 살고 있는 조셉 고든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럼 미래의 브루스 윌리스가 오는 건가 안오는건가?? 자살은 하게되나 안하게 되나??

1년 후에 자살할 인생인데 미래의 내가 올 수가 없으며, 미래의 내가 오지 않는데 자살할 일도 없는, 앞뒤가 안맞는 상황이 된다. 즉, 30년 후의 미래의 내가 존재한다면 현재의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절대 죽지 않아야 말이 된다. (애초에 미래에서 온 자신을 못죽여서 조직한테 당한 그 친구 얘기부터 말이 안된다)

영화에서 현재의 변화가 미래에 영향을 끼치는 것만 고려해놨는데 이런 식이면 계속 계속 시간대가 뒤엉키면서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아예 타임머신도 과거로 보내지 왜 온갖 미래무기랑 들고 과거로 가면 킹왕짱 천하통일 할 수도 있겠네. 중세로 갔다가 고대로 갔다가 근대로 갔다가 전세계 정ㅋ벅ㅋ

과거로 돌아가서 미치는 행동이 현재에 영향을 주고 기억도 바꾼다고 가정한다면 범죄조직 뿐 아니라 온갖 인간들이 과거로 서로 가서 경쟁적으로 역사를 바꾸는 무한전쟁을 할 것이다.

미래에 레인메이커가 존재불가 (핵심★)

돌연변이 염력자 시드가 엄마를 잃고 무시무시한 레인메이커가 되는 모습이 눈에 그려져서 주인공(현재의 나)은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자살을 결심하는 것이 결말이다.

여기서도 말이 안되는게 애초에 그럼 미래에 레인메이커가 있을 수가 없다. 브루스 윌리스가 과거로 돌아와서 설치다가 시드 엄마를 죽이니까 레인메이커가 된다 이런 인과관계인데

애초에 미래의 나인 브루스윌리스가 말하는 레인메이커가 있을수가 없다. 왜냐, 브루스윌리스는 예전에 미래에서 온 나를 죽이고 흥청망청 살다가 늙은 인생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자신이 도망쳐서 시드 엄마를 죽인 인생이 아니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브루스윌리스가 과거로 와서 말한 레인메이커란 존재가 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 된다.

레인메이커 시드

다른 이유로 시드엄마가 죽어서 레인메이커가 될수도 있지 않냐?? 라고 반박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그런 식이라면 ‘현재를 어떻게 바꾸려고 해도 원래 일어날 미래의 상황으로 된다’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이 영화가 바탕에 깔고 있는 근본 구조와 어긋나버린다.

그런 맥락이라면 앞에 1) 2) 에서 제기한 의문과 마찬가지로 현재에 무슨짓을 해도 미래는 바뀌지 않는 무한반복의 고리만 되어야 할 것이다.

중간에 미래자신 죽이는 장면 두번나온 의미?

현재의 나 (조셉 고든) 입장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과거로 와서 나를 때려눕히고 도망치는 장면이 나온 후 집에서 은괴 챙기러 갔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진 후 다시 풀밭에서 미래의 나를 죽인후 금괴로 흥청망청 사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그러다 늙어서 브루스윌리스가 되고 과거로 돌아가서 아까 나왔던 때려눕히고 도망치는 장면이 다시 나옴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처음엔 그냥 상상인줄 알았다. 시간이 되도 안 나타나길래 상상을 하다가 좀 늦게 나타나서 현재의 나를 죽였네. 라고만 생각했는데… 여기는 그냥 도망치는 미래의 나를 보여주고, 그놈이 왜 도망치게 되었는지 과거로 돌아가서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인생을 그려주는 것 같다.

원래는 미래의 나를 죽이고 30년 후에 과거로 돌아가서 죽고 이게 무한반복되어야 하는건데 (어떠한 특정 시간대를 살아가고 있던 브루스 윌리스가) 어느 순간 다른 생각을 품게 되면서 전체 고리가 틀어진다는 얘기.

기본적으로 틀어지면 안된다 라는게 나의 생각이라서 이 부분에서 일단 반대의견이고. 틀어진다, 다르게 말하면 과거로 돌아가서 끼치는 행동이 고리를 바꾸고 현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정 으로 해석하다보면 말이 안되는 모순점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위에 가장 큰 모순 1,2,3번을 썼지만 그 외에도 생각해보면 많음)

뭐 그럼 어떤 브루스 윌리스는 과거로 가서 레인메이커 잡고 어떨때는 과거로 가서 바로 여자찾아 떠나고 등등 무수한 행동에 경우의 수가 있을텐데 그에 따라 각 시간대의 미래와 연결고리가 죄다 바뀌고 개판이 될까?  말이 안되지…

무조건 같은게 반복된다고 가정하면

이 부분은 영화의 모순점은 아니고 내 생각대로 무슨짓을 해도 미래는 불변이다 라고 가정할 경우를 상상해 본건데… 자, 미래의 나를 죽인 시점에서 미래에 내가 어떤 몰골일지 사지는 멀쩡할지 알 수가 있다. 나아가서 바로 안죽이고 얘기를 들은 다음에 죽이면 인생까지 미리 알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얘기해줘야겠지)

그러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30년 후까지는 무슨 짓을 하고 살아도 멀쩡히 천수(?)를 누리다 죽는걸 아니까 완전 개망나니로 살아갈 확률이 99.9%이다. 실제로 영화에서 주인공도 그런 모습으로 살고 있었고, 만약 내가 하는 행동에 의해서 미래가 바뀐다고 한다면 그렇게 못할 것이다.

개망나니 같이 살다가 총맞고 죽으면 그냥 인생끝. 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맘대로 못하겠지. 미래가 바뀌지 않으니까 그거 믿고 설칠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는 과거를 바꿀 수 있다는 가정하게 시작했지만 정작 현재-미래가 얽힌 모습들을 보여주며 설득력 없이 많은 모순점을 남긴 것 같다.

차라리 미래의 자신을 죽이는 장면은 빼고, 시드엄마는 죽고, 우여곡절끝에 다시 그 중국 여자를 만나게 되는 무한궤도로 이어갔으면 오히려 논리적이었을 텐데.

시드가 턱 다쳐서 아 저래서 인공턱 하게 되고 레인메이커 되는구나 이런건 생각할 꺼리조차 없는 쉬운 복선이었고…

초반에 몰입하면서 오오 이거 내용 어려운데? 집중해야겠다 재밌다 라고 생각했다가, 농장 가면서부터 좀 지지부진해지고 앞뒤 안맞는다는 생각도 들어서 약간은 실망했다. 그래도 이런 생각하면서 보는 소재는 참신하고 좋아서 재밌었던 것 같다.

평행우주 이론을 접목해서 보면 말이 된다고 몇몇 댓글의 주장이 있어서,,, 잘 몰라서 찾아봤는데 평행우주 (나무위키) 양자역학이나 기타 연구에서 나온 여러가지 가설들이다.

또다른 우주가 존재할 가능성과 현재와 같은 시공간이 어딘가에서 똑같이 있을거라는 등… 그게 이 영화와 어떻게 접목된다는 건지 모르겠다. 그럼 필요할때는 또 다른 평행우주가 있어서 그쪽과 영향을 주고받았다고 해석한다는건지

평행우주 이론이라는 떡밥만 던지고 그걸 가지고 그럴싸하게 말이 되도록 설명하는 사람은 없넹.

그밖에… 조=시드 라는건 무슨 개소리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