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망함3 : 지들 애드센스를 넣겠다고?

티스토리 2008년 베타테스트 때부터 해왔는데 약 십오년간 본 사건중에 가장 쇼킹한 공지사항이다. 약관 변경으로 예고는 되었었지만 막상 그 실체가 드러나니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다. 어떤 내용인지 그들의 의도를 분석한다.

자체광고 통보내용

티스토리 공지사항으로 자기들 자체광고를 넣겠다고 통보한 내용을 살펴보자.

1) 6월중에 티스토리 자체 광고를 넣겠다. 자체 광고는 티스토리 블로거가 설정한 형태가 아닌, 플랫폼 운영 측에서 강제로 임의 광고를 삽입한다는 의미이다.

2) 자체광고를 통한 수익은 안정적인 서비스 환경 제공을 위해 활용된다. ㅋㅋㅋㅋㅋ 심지어 수익 배분에 대한 일말의 얘기도 없다. 강제로 자기들 광고를 넣고, 그 수익은 그냥 가져간다는 뜻이다. 니들 공짜로 블로그 쳐해가지고 서버비 빠지는데 그거라도 충당할게 이렇게 받아들여진다.

3) 광고 노출 위치는 블로그의 본문 상단 혹은 하단 중 한 곳이란다. 자… 애드센스 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본문 상단에서 가장 많은 수익이 발생하며 광고 클릭의 요충지이다.

수익이 거의 없는 내 블로그만 보더라도 최근 일주일 보고서를 보면 상단 광고의 수익 비중이 전체의 약 30% 수준이다. 특별한 수익 기법을 사용하는 곳이 아니라면 보통의 다른 블로그들도 아마 대동소이할 것이다. 그 상단을 지네가 먹겠다는 것이다.

하단에 넣을수도 있지 않나요?

하단에만 넣을거면 하단에만 넣는다고 했겠지. 상단에 넣고 싶으니 상단 또는 하단 이라고 쓴 것이다. 대충 간 보면서 처음에 하단 넣었다가 상단에 넣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 행보는 그렇게 유저들 눈치보는 것도 아니니 냅다 상단자리 뺏어먹을 가능성도 크다.

4) 블로그 운영자가 직접 설정하는 기존 광고 방식은 그대로 유지되는데, 참고사항에 보면 자체광고 신설시 콘텐츠 가독성과 서비스 품질을 저해시키는 일부 구글 애드센스 광고는 미노출 처리될 수 있다고 써놨다.

(예를 들어서 사이드레일 등)

사이드레일은 별로 수익도 안나고 안다는 블로거도 많다. 그리고 동떨어져 있는 이게 본문 읽는데 가독성을 해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굳이 사이드레일을 언급한 이유는? 사이드 레일이라고 안써놨으면 어떤 느낌이었을지 다시 읽어보자.

자체광고 신설시 콘텐츠 가독성과 서비스 품질 저해시키는 구글 애드센스 광고는 미노출 처리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만 써놓으면 유저애드센스 광고 미노출 시키고 지들꺼 상단에 박겠다는 의도가 너무 드러나니까 애매하게 사이드레일을 갖다붙인 것으로 추측해본다.

여기까지 공지사항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유저의 희망고문은 블로거 광고 안건드리고 하단에 자기들꺼 하나 넣는 경우이고, 최악의 상황이자 내가 유력하게 예상하는 바로는 블로거 애드센스 광고를 쳐내면서 상단에 자기들꺼 하나 박아놓는 것이다.

애드센스 펍코드 두개가 되다

아니 모 자기들 광고 넣어서 수익을 빨아먹고 싶다. 그래 그건 그렇다 쳐. 가장 화가 나는 부분은 이 모든 일의 ‘의도’가 정말 양아치스럽다는 점이 보여서이다.

많은 지금 유저들이 이렇게 오해하고 있다.

애드핏 강제로 달면 수익 얼마 안되지 않나요? > 애드핏을 단다고 말한 적 없고 수익이 얼마 되든 안되든 나눠준다고도 안했다.

이제 서버 안정화 되어서 빠르고 좋아지겠네요 ^^ > 저기요? 카카오 모르세요? 그럼 이제부터 알아가보세 ㅋㅋㅋㅋ

이렇게 수익화하면 그래도 티스토리 안버리고 제대로 운영하겠다는 거 같네요. > 아니 가만있는 유저 수익만 그대로 낼름 가져가겠다는게 뭘 운영을 제대로 한다는 것인지

자 여기에 충격적인 사실 한가지가 있다. 지금 당신의 블로그주소 /ads.txt 를 쳐보면 내 펍코드 외에 하나가 더 달려있을 것이다. 그리고 tistory.com/ads.txt 여기에 있는 펍코드도 보자. 추가된 펍코드와 동일하다.

즉, 카카오에서 티스토리 루트도메인으로 애드센스 펍코드를 생성했고, 그것을 각각의 하위도메인 (=모든 블로그) 에도 동시에 심어놓은 것이다. 왜 이렇게 했을까? 뭘 왜이렇게 해 애드센스 광고 넣으려는거지. 우리 중에도 블로그에 애드센스 광고를 넣을 생각이 없는데 승인받고 펍코드만 만드는 사람이 있을까? 너무 명백하게 보이는 의도이다.

그러니까… 애드핏 따위를 집어넣으려는게 아니라 아예 지들 계정으로 애드센스 광고를 넣을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생각해보자. 멀쩡히 잘 굴러가던 블로그에 본문 상단에 지들 계정으로 ‘애드센스 광고’를 넣고 원래 유저의 광고는 미노출 처리하고. 그냥 날강도처럼 여기있는 니 돈은 이제부터 내꺼다 하고 가져간다는 거잖아? 이 의도를 생각하면 너무 화가나고 분노가 치민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불안한 느낌은 꼭 잘맞아서 걱정이다.

카카오뷰 폭망의 선례

왜 이렇게 누가봐도 양아치 같은 짓을 하려고 할까? 우리는 멀리가 아닌 가까운 곳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뭔 되도않는 카카오뷰 같은거 쳐 하다가 폭망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뷰는 왜 망했을까. 사람들에게 유용하거나 재미있는 소식지를 모아서 전달하고, 그걸 보는 사람이 많아지면 광고 수익이 증가해서 굴러가는 구조였다. 수익은 카카오뷰 발행 유저들에게도 공유되었다.

그런데 제대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고, 서로 어뷰징만 해서 광고수익만 냠냠하는 사례가 늘어난다.

카뷰 품앗이 대화

속칭 카카오뷰 품앗이라고 서로 눌러주면서 광고 수익만 낼름하는 어뷰징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공공연하게 그런 것들을 인증하기도 했다.

애드센스 하는 블로거들은 알겠지만 무효클릭 걸릴까봐 지인, 가족들에게도 왠만하면 알려주지 않는다. 괜히 누가 도와준답시고 또는 실수로라도 눌렀다가 계정이 정지될까봐이다.

그런데 카카오뷰는 그런 필터링이 안되고 이런 어뷰징이 판을 친 것이 패망의 주요 원인이다. 애초에 무효클릭을 잡아서 광고주를 보호해야 하는데 그런 기술이 없는건지 의지가 없는건지 안한걸까?

저사람들이 어뷰징해서 가져간 돈은 결국 광고주가 자기 사업을 홍보하고 매출을 올리기 위해 집행한 광고비이다. 그걸 어차피 수수료는 먹으니까 수수방관하면서 어뷰징을 내비두면 광고회사의 근간이 무너지는 것이다.

광고 클릭은 많은데 실제 구매로 안이뤄지는 전환율만 확인해봐도 알 수 있을텐데, 어뷰징을 못잡는건 기본이 안되있다는 것이고 안잡았다면 더욱 문제다. 아니 그냥 옵챗방에 카카오뷰 품앗이라고만 쳐도 나오는데 그걸 안잡아…??

아무튼 우리는 여기서 알 수 있다. 카카오는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그래서 한다는 짓이 애드센스를 가져다가 넣고 유저가 벌고있는 수익을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요즘 보니 다음 검색결과 중간에도 아예 구글 애드센스 광고가 박혀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뇌피셜 상상

나도 나름 회사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카카오같은 대기업이 어떻게 썩은물 같은 의사결정을 하게 되었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이 모든 것은 나의 두뇌에서만 떠올린 망상일 뿐이다.

대기업의 임원과 윗선들은 매년 실적 압박을 받고 단기 성과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무슨 한국 IT미래를 위한 백년지대계 이런건 아예 관심이 없다. 내가 옷벗고 집에 간 다음에 카카오가 잘되던 말던 무슨 상관인데. 당장 내년에 짤릴지 안짤릴지 모르는 마당에.

그래서 당장 작년대비 매출과 이익이 증가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서로 그결과만으로 평가받고 경쟁하는 사내 분위기라면, 상생이나 상도덕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어떻게든 훔쳐오든 뺏어오든 회사에 돈만 가져다는 놈이 영웅이 된다.

어느 날 팀장이 회의를 소집한다.

지금 이사님이 매일같이 성화셔. 다들 좋은 아이디어좀 없어? 우리 수익 창출 아이템 하나씩 제출해야돼 지금 우리 다 집에가게 생겼어. (사실 부하 직원들은 상관없다 본인만 집에가게 생긴거지)

그 중에 똥꼬쇼 잘하는 에이스 직원 하나가 말한다.

팀장님 저기 그 블로그에 광고수익 모델을 기획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약관상으로는 플랫폼 제공자가 수익배분율을 정할수도 있게 되어 있고요. 광고 삽입 권한도 가지고 있ㅅ…

팀장 : 뭔소리야 알아듣게 요점만 말해봐!

직원 : 티스토리 블로그에 회사측 광고 넣으면 돈이 됩니다.

팀장 : 그래? 당장 추진해. 이사님께 보고드릴 거니까 보고서 작성해오고

직원 : 그런데 유저들의 반발이나 이탈같은 부작용 검토가 필요할 것 같고, 또 어떤 방안을 적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팀장 : 빨리 진행하라고! 그냥 광고 넣으면 되잖아 뭐가 문제야?

직원 : 네 알겠습니다.

설마 이딴 과정으로 의사결정 되어서 추진하고 있는것은 아닐거라 믿는다 진짜….

카카오에서 ♥을 담아서 만드는 티스토리에 대한 애정으로, 약간의 수익을 거둬서 안정적인 서버 환경을 제공하고 유저 수익 증대를 위한 끝없는 고민을 해줄거라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나는 침몰하는 배에서 일등 항해사 완장달려고 노예짓 하지 않고 탈출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