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망함2 : 수익 강탈 행보를 시작하다

데이터 센터 화재사건 때 연관검색어가 티스토리 망함 뜨길래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나 싶었는데, 이 키워드로 2편을 쓰게 될 줄이야. 카카오가 결국 또 일을 저질렀다. 블로그에 강제로 광고를 배치하고 수익을 가져가겠다고 통보했다.

티스토리 망함 시리즈(?) 이전 글

☑️ 티스토리 수익망함 : 서비스 종료 걱정하며 탈출해야 할까

광고 삽입 통보내용

오늘 티스토리 공지 블로그에 올라온 이 약관 개정 안내문 때문에 블로거들 사이에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요점만 얘기하면 이렇다.

  • 회사 측에서 광고를 삽입할 수 있다.
  • 광고의 위치, 빈도, 수익의 귀속은 회사가 정한다.
  • 회원은 서비스 내에 포함된 광고 노출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물론 여기서 회사는 당연히 카카오 측이고, 회원은 공짜로 티스토리 블로그를 이용하는 블로거 당신이다. 이렇게 다짜고짜 블로그에 광고를 강제로 쑤셔넣겠다고 통지를 올린 것이다.

더욱 괘씸한 것은 티스토리 공식 블로그에 올려놨는데, 첫화면 메인 페이지에서는 새 글이 보이지도 않게 배치해 놨다. 카테고리를 보면 새로운 소식 이 부분만 메인 화면에 노출되고 중요한 공지를 올리고, 이런 잠수패치같은 지들한테 안좋은 내용은 티스토리 이야기라고 별도 카테고리에 모아놓았다.

변경 약관은 2월 6일부터 시행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면 7일 이내에 거절 의사를 밝히고 탈회할 수 있다. 가만 있으면 동의로 간주한다. 마음에 안들면 계정 지우고 나가라는 것이다. 하아…

이 내용을 본 순간 뒤통수를 한 대 딱 하고 맞은듯한 느낌과 함께,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우리는 보통 상대방이 갑자기 경우에도 없는 언행을 하면 이렇게 얘기한다.

이게 미쳤나?

티스토리 망함 썸네일 이미지

데이터 센터로 인한 화재 손실, 그리고 다가오는 경제 불황에 수익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일까? 비단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카카오의 행보를 보면 어느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최근 카카오뱅크 어플 내에도 광고를 싣는 수익창출 모델을 발표했으며, 그동안 문어발 확장을 하면서 처음에는 무료로 시장 점유율을 쓸어가고 그 후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다.

앞으로 티스토리 블로그에도 다음 카페 서비스 등과 같이 제목 상단이나 본문 하단 등에 강제로 애드핏 광고를 배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극히 일부를 블로그 주인에게 나눠줄 수도, 카카오 측이 몽땅 가져갈 수도 있다. 약관에 자기들이 정한다고 씌여 있으니 수익 배분 문제는 엿장수 마음대로 될 예정이다.

이 시점에 돌이켜보니 최근들어 심히 미심쩍은 일들이 많았다.

뜬금없는 유료화 여론

최근들어 애드센스 포럼 사이트나 디시인사이드 티스토리 갤러리에 유료화의 장점을 설파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차라리 유료화하던지 수익의 일부를 가져가고 운영을 제대로 해주는게 더 좋겠다는 논리.

블로거들 모여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 방에서는 그런 얘기를 거의 본적이 없고 말만 꺼내도 바로 역공을 당하기 일쑤였다. 유독 커뮤니티 게시판에 찾아와서 ‘얼마 안 된’ 아이디로 유료화 찬성의견을 피력하는 사람들이 심히 의심스러웠다.

일부에서는 내부 직원이 간보려고 떡밥 던져보는거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는데, 물증이 없으니 단정지을 순 없는 노릇이고.

어쨌든 유료화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었고, 카카오 측이 내놓은 것은 그렇다면 광고 자체를 우리껄로 넣겠다는 것이다. 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이 그림은 뭘까.

예상되는 문제

일단 티스토리 측에서 뭔가를 건드리면 곱게 넘어갈 리가 없다. 수익 뺏어가는 건 둘째치고, 일단 블로그 기능 자체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대다수의 티스토리 유저가 애드센스를 달아놓고 있는데, 광고 모듈끼리 충돌도 일어날 수 있고, 스킨마다 뒤죽박죽 이상한 형태로 일그러질 수도 있다.  크롤링 오류가 또 재발해서 몇 달 이상 광고 미송출 사태가 생기지 말란 법 없다. 

역으로 생각하면 그걸 방지하기 위해 특정 치환자 옆에 일괄적으로 광고를 삽입할 공산이 크다. 제목의 위아래나 본문 시작부, 하단부 같은 곳 말이다.

또 카카오 측에서는 크롤링 문제가 생기던 다른 문제가 생기던 일단은 블로거나 애드센스 관련된 일이니 1순위 해결과제가 아니다. 그저 자기들이 강제로 설치한 애드핏 광고만 잘 뜨면 되는 것이다. 참고로 화재사건 이후 애드센스 송출이 안되고 수익이 폭락할 때에도 애드핏은 엄청 빨리 잘 나왔었다. 물론 그래도 블로거에게 배분되는 수익은 쥐꼬리 만큼밖에 없다.

누구의 생각일까

나 또한 회사생활 오래한 입장에서 이번 카카오의 정책은 실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내부에서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을지 안봐도 훤하다. (아래 모든 내용은 내 머리속의 상상이며 허구일 뿐이다.)

위에서부터 떨어진 수익 증대 목표 팀별 배분, 각 부서 상사들에게 주어지는 압박, 밑에 쫘서 뭐라도 아이디어 발굴하기, 그 결과 들고나온 것이 블로그에도 수익을 실읍시다. 이런 순서가 아닐지.

누군가는 얘기했을 지도 모른다. 세상 그 어떤 플랫폼도 유저들의 컨텐츠를 제공받아 수익을 창출하고 그 대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 그 컨텐츠에 냅다 광고 쳐넣고 수익 냠냠해가는 회사는 없다고. 그리고 질책을 당했을지 모른다.

“컨텐츠 제공받아서 나오는 수익이 얼만데? 블로그에 광고 넣으면 발생하는 수익은 얼만데? 퇴근전까지 정리해봐.”

아 ㅅㅂ 괜히 말꺼냈다 하면서 블로그에 광고 때려넣는 정책의 이해득실을 계산해봤자 무형의 컨텐츠로 얻게되는 보이지 않는 수익은 집계하기가 어렵다. 당장 모든 티스토리에 애드핏 때려넣으면 예상되는 수익은 얼마 라고 얼추 산정이 가능하다. 그게 만약 연 500억이라면? 보고를 듣는 윗선 임원은 당장 진행시켜!! 하고 지시하겠지. 결과적으로 티스토리에 광고넣자고 제시한 놈은 회사에 500억 기여할 아이디어를 제시한 일등공신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그건 니들 생각이고. 만약 애드센스 수익을 대부분 또는 상당량 강탈당하는 상황이 오면, 어떤 티스토리 블로거가 노예처럼 컨텐츠 만들어서 갖다 바칠까?

그 때 되면 구글 블로그나 워드프레스로 이탈이 우후죽순처럼 생길 것이고,  티스토리는 개인 일기장이나 똥글이나 저장해놓는 곳, 혹은 이미지와 움짤 잔뜩 올려서 공짜 창고로 서버용량 냠냠 해먹는 정도의 가치로만 전락할 것이다. 아니면 얼마 안되는 다음검색 트래픽 가져가서 외부 진짜 블로그나 사이트로 전달하기 위한 발판 정도로 쓰이던지.

다음 검색이나 고쳐라

카카오는 블로그 컨텐츠에 숟가락 얹을 궁리하기 이전에, 검색엔진의 본질부터 제대로 갖춰야 한다. 애초에 쓰레기 같은 검색로직으로 검색엔진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다음이나 고치고 그 다음에 컨텐츠를 활용할 생각을 해야지.

고치라는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 기능을 더 나아지게 할 때는 개선한다 발전한다 라는 표현을 쓰지만, 심각한 장애나 결함이 있는 경우에 고친다고 하기 때문이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저품질 때려대고 정작 진짜 스팸 블로그, 자동 프로그램 블로그는 잡아내지도 못하고 문맥도 안맞는 똥글들로도 온갖 키워드 검색 상단에 다 먹고 있는게 현실인데, 뭘 상업적 스팸성 블로그를 잡아낸다고 난리인지.

일부 티스토리 유저들 사이에선 내부 직원이 티스토리 운영해서 애센수익 올리는 카르텔 있는거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오는 마당에, 검색 엔진의 신뢰도 회복에나 신경쓰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뷰탭 연동으로 모바일 유입을 끌어다주던가. 카카오나 SNS 아이디로 댓글 달 수 있게 소통기능을 강화해주던가. 발전시킬 생각은 안하고 죽어가는 곳에 빨대만 꼽으려고 하는 것은 대체 무슨 심보인가.

이미 땅에 떨어진 신뢰

그럴리도 없겠지만 혹시나 이번 밥그릇 강탈 시도가 유저들의 반발에 밀려 취소되거나 또는 수익의 일부를 분배하는 것으로 결정된다 하더라도 어찌됐든 티스토리 탈출은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미 플랫폼으로서의 신뢰가 땅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화재 사건때도 그랬고 이번일도 그렇고 결국 티스토리는 카카오 측의 손익 계산에 따라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서비스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누가 자신이 공들여 쓴 소중한 글들을 날리거나 언젠가 이전해야 할지 모르는 불안한 곳에 두고 싶을까. 당장 몽땅 이전하진 않더라도 서서히 다른 플랫폼 개설하고 이탈하는 물결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2008년 베타때부터 티스토리를 써왔고, 티스토리 블로거라 카카오가 잘되길 바랬는데. 점점 오만정이 떨어진다. 식당 주인이 바뀌고 개창렬 되어버린 곳에 옛추억만 가지고 맛없는 밥알을 씹고있는 손님이 ㅂㅅ인건가.

티스토리에 등을 돌린다는 것은 카카오 전체를 적으로 삼는다는 의미이다. 카카오뱅크 카톡 이모티콘, 선물하기, 웹툰, 카카오티 택시, 등등 모든 서비스에 대체재를 찾을 것이며 새로운 플랫폼에 그 행위를 컨텐츠로 작성할 것이다.

티스토리에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가 광고 좀 싣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