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꼭 만들어야 하는 명작이다. 매스커레이드 호텔을 보면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예 드라마 제작까지 생각하고 책을 쓰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이거는 영화를 생각하고 쓴 작품같다.
의문점이 남는 다소 복잡한 상황설정과 패러독스 결말의 해석을 위해 포스팅을 하는 것이므로, 줄거리는 간략히만 정리해본다.
줄거리 요약
세계 주요국은 과학자들에 의해 패러독스13 이라는 괴현상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게 되는데, 블랙홀에 의해 13초간 영향을 받게 되며 이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가 없다.
사실 후반부에 보면 거의 예측을 했었던건데 내용상 재미를 더하기 위해 전혀 모르는 것처럼 진행을 시킨 것 같다. 그래서 보는 내내 주인공 일행들 외에 다른 사람들이 사라졌다는 생각으로 읽게 만들었으니깐.
배다른 형제이면서 둘다 경찰인 형 세이야와 동생 후유키가 주인공으로, 보석강도 검거를 하던 중에 둘다 총에 맞게 되는데 그때 세상이 돌연 이상해지고 자신만 남는 경험을 하게 된다.
차를 몰던 사람들이 증발해서 거리는 교통사고로 난장판이 되고, 건물들은 불에 타면서 도쿄 전체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믿을 수 없는 광경앞에서 또다른 생존자들을 만나게 되고, 심해지는 자연재해를 피해 살아남기 위한 여정을 가는 것이 주된 스토리이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가서 패러독스13 현상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일어난 것이 무슨 상황인지 밝혀지게 된다. 홍보문구에 써있던 충격적 마지막 반전이라는 것이 무색하지 않을만큼 괜찮은 결말이었다.
이공계이고 이런 독특한 SF/초자연과학 장르가 흥미있는 나에게 그렇다는 것이고 그냥 이 작가가 좋아서 본 사람중에는 실망한 경우도 있을 것 같다.
한번에 와닿지 않는 복잡한 내용과 좀 어이없는 마지막 결말 때문이다. 그럼 줄거리는 이만하고 결말 해석을…
(스포일러 주의)
패러독스 13 (P-13) 현상이란?
먼저 이런 사태가 발생한 패러독스13 현상에 대한 이해를 해야 결말 내용을 앞뒤 맞춰서 생각할 수 있다. 블랙홀의 영향으로 13분 13초에 괴현상이 발생하면서 약 13초간 영향을 받게 되는데, 결론적으로는 13초의 시간이 사라지는 것이다. 블랙홀에 의한 현상이니 그렇게 시간이 사라진다는 컨셉이 적절해보인다.
13분 13초부터 시간이 흘러서 13분 26초가 되는 것과 동시에 지나간 13초가 블랙홀에 흡수되어 사라지게 된다. 즉 지구의 시간이 롤백되어 13분 26초의 순간에 13분 13초의 순간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지나간 13초간의 시간이 블랙홀에 흡수되었으니 당연히 13초 전인 13분 13초의 순간으로 돌아간다. 이것은 지구에 에너지파가 덮쳐서 생기는 것이므로 우주의 시간과는 별개로 지구의 시간만 돌아가는 것일 것이다.
여기까지라면 사실 아무 변화가 없다. 내가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패러독스13 현상으로13초 전의 시간으로 몸과 세상모든 환경과 기억까지도 돌아가서 다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니 의식하지도 못하고 그저 평소처럼 살아가면 된다.
다만 여기서 지구 전체의 시간이 13초 전으로 어긋나게 되면서 자연 현상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생각되는데 얼마만큼의 영향일지는 모르겠다. 책에서도 언급은 없다.
태양계를 구성하고 있던 지구의 위치가 13초 전으로 변하면 달과의 관계라던지 미묘한 부분에 변화가 생겨서 나비효과로 큰 재앙이 될지 어떨지…??
동물의 지성은 시간도약에서 제외?
후반부에 총리 공관에서 P-13 문건을 읽게 되면서 주인공 일행들은 나머지 사람들이 사라진게 아니라 자신들이 별도의 세계로 분리된 것이라는 충격적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이유는 패러독스 13 현상에 의해서 되돌려지는 것은 현상이 발생한 순간에 존재하고 있던 것에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내가 지금 빵을 입에 넣고 먹고 있다면 13초 전으로 돌아갈 때 먹은 빵이 내 뱃속에서 먹기 전 상태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책에서 표현한대로라면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소립자 차원의 수학적 연속적 변화가 되돌려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 존재 자체가 일순간 사라졌다면? 빵이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면? 패러독스13 현상의 시간도약 대상이 되지 못한다. 이 경우 13초가 시작될때는 존재했었던 빵의 상태에 모종의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빵의 경우와 같은 물체, 식물의 경우는 그럴 일이 없는데 사람(동물)의 지성과 같은 것은 주변에 불연속적인 예측 불가능한 영향을 준다.
그래서 13초 동안에 있다가 없어진 동물의 지성에 대해서는 패러독스13 현상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현상이 생겨난다. 그것이 바로 주인공 일행들이 별도의 세계로 시공간 분리가 된 이유이다.
사람의 몸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몸 자체를 구성하는 입자는 세상의 연속적 법칙 안에 놓여있지만) 존재하던 지성이 소멸하면서 패러독스13 현상의 전과 후에 불연속적 변화가 생겨난 것이다.
즉 26초의 순간에 13초 전으로 되돌아가야되는데 그사이 즉사해서 지성이 소멸된 사람은 돌이킬 대상이 없게 된다. 그래서 13초 전의 지성은 원래 세계에서 분리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풀어서 쓰는데도 어렵네;;)
또 한번의 P-13 현상
패러독스13에 의해 생성된 별도의 세계는 수학적 불연속을 해소하기 위해 나타난 초자연 현상이므로 이것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즉, 존재하다가 갑자기 사라져서 처리할 수 없었던 지성들을 소멸시켜버리기 위해 움직인다. 두번째 P-13 현상이 일어날 때 죽으면 다시 돌아갈거라 생각한 일행들이 있었는데 세이야의 말처럼 지성이 또다른 병행세계로 갈지언정 원래 세계로 살아서 돌아가진 못할 거라는데 나도 동의한다.
세이야가 맞춰놓았던 시계보다 다른 전파시계들이 차이가 났던 것도 이 병행세계에선 이미 종말급 세상이기 때문에 수신되는 전파같은것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본인이 그렇게 말해놓고 전파시계 시간에 맞춰서 자살해서 개죽음한 고미네는 병X인가…
결국 세이야가 맞춰놓은 시계대로 정확한 시간에 2차 P-13현상이 일어나고 병행세계는 소멸된다. 이때까지 존재하던 지성은 13초전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고, 그사이에 죽은 지성은 13초 전의 순간에서도 그냥 소멸하게 된다.
과학자들이 우려했던 역사가 바뀔 수 있다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죽은 사람(동물)이 죽지 않게 되는 것.
한가지 의문점은 최초 현상으로부터 36일 후에 다시 일어나는 P-13현상이 원래 세계에서도 일어나는지이다. 그렇다면 죽은 사람들/동물들 때문에 또다른 병행세계가 만들어지고… 무한반복? 일텐데.
단지 병행세계의 패러독스를 해소하기 위해 마무리 차원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면 P-13이 발생하는 순간 즉 13분 13초의 순간에 시간의 틈으로 36일의 시공간이 생성되고 끝나는 순간 그 결과가 현실세계에 반영되는 것 뿐일 것이다. 후자의 경우로 생각하는게 맞을듯
패러독스 결말해석
패러독스13 현상의 병행세계에서 죽은 세이야는 현실로 돌아와서도 가슴에 총을 맞고 사망하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후유키는 총알이 귓가를 스치며 살아남는다.
물론 지금까지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지성의 타임슬립에 성공한 것일 뿐이다. 그러니까 패러독스13 발생하는 순간에 죽은자들의 병행세계가 펼쳐지고, 살아남으면 다시 13초전 현실로 돌아와서 결과가 반영된 현실을 살아가는 그런 구도랄까? 일종의 패자부활전인 셈이다.
동반자살했던 에미코와 미오도 왠지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살아남고, 도다/고미네가 차로 인도 들이받아서 노부부 사망하는 건 원래대로 일어난다. 철제 빔에 깔려죽은 돼지(이름 뭐였지;)도 마찬가지로 죽는다.
엄마가 목을 졸라서 죽였던 아가도 다시 살아나고, 후유키는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갔다가 나나미를 만난다. 돼지가 나나미를 밀쳐서 살아났음. 그리고 마찬가지로 치료를 받으러 온 아스카를 만나게 되면서 왠지 호감을 가지게 된다.
패러독스13 병행세계에서 가졌던 감정같은게 남아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바뀐 역사로 흘러가면서 사람과의 만남에 영향을 주긴 하나보다. 과학적 해석보다는 약간 영화같은 결말이었음. 하지만 아스카는 여고생이라 후유키 너 철컹철컹
의문점?
마지막으로 위에 쓸때는 기억이 가물해서 헷갈렸는데, 다시 책을 들춰보니 반동으로 오는 P-13 현상 2차가 현실세계에서 한달뒤에 찾아온다고 총리공관 회의하는데 언급되는 내용이 나온다. 만약 영화로 나온다면 이런 점 때문에 끝나고서 이해안되고 뭐야 이게 하고 나오는 관객들 꽤 있을거 같다.
결국 P-13 현상이 또 일어나면 당연히 죽는 사람 있을테고 또 병행세계 만들어지고 반동으로 또 오고… 무한반복인건가. 지구의 시간은 13초씩 계속 늦춰지고.. 그럼 결국 자연재해 일어나서 멸망할거 같은데 쩝. 발상은 정말 참신하고 재밌었는데 뭔가 깔끔하게 해소가 안되서 찝찝한 점도 남는 패러독스13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