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날 드라마 무빙이 인기리에 20화 완결되었습니다. 매 화마다 너무 재밌었고 원작을 잘 살린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인물과 시대를 오가며 풀어나가는데도 계속 몰입되었어요.
그런데 시즌1 20화 마지막에 결말 해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부분들이 있어서 설명 드릴게요. 원작 강풀 웹툰과는 스토리 전개가 달라진 부분도 있고, 나아가 세계관 전체를 알면 더 재밌게 이해되는 것들도 있거든요.
심지어 강풀 웹툰 제대로 안보면 유튜버 중에도 이상한 틀린소리 하는 영상 많더라고요. 결말 해석 포인트와 강풀 원작 세계관과의 차이점 짚어드릴게요.
결말해석 류승범 (프랭크) 살아 돌아왔나
먼저 쿠키영상에 류승범이 다시 멀쩡하게 나타난 부분입니다. 프랭크가 죽지 않고 살아서 다시 나타났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그러면 뭔가 앞뒤가 잘 맞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보낸 초능력 암살자인 프랭크는 한국의 은퇴 요원들을 하나씩 암살하다가 장희수 아빠인 장두원(류승룡)과의 결전에서 죽임을 당하는데요. (무빙 드라마 7화 中)
서로 회복능력이 있다는 것도 알고 싸우는데 여기서 마무리를 짓지 않고 냅두고 떠난다? 무엇보다 아이를 끔찍히 아끼는 장두원이 희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존재를 그렇게 허술하게 처리할까요?
그것보다는 프랭크는 그 때 죽었고 쌍둥이가 나타났다고 보는게 맥락이 맞습니다. 바로 전 장면에서 미국 CIA 마크가 일라이어스(Elias)를 불러 라고 전화로 지시하기도 했죠. 그러면 마지막에 등장한 인물은 Frank 앞의 코드명을 가진 Elias가 나타난 것인데 그가 쌍둥이여서 류승범이 1인 2역을 한 것입니다.
이 프랭크라는 인물을 보내서 한국의 특수능력자를 제거하는 이야기는 무빙 원작 웹툰에는 없었던 부분입니다. 웹툰에서는 도입부에 김봉석의 비행 능력과 어린 시절 이야기, 그리고 결말에서는 북한의 음모를 막아내고 해피 엔딩으로 여운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끝이 납니다.
웹툰 원작과 무빙 드라마에서 달라진 점들
드라마에서는 시즌2와 세계관 확장을 고려해서 몇 가지 달라진 부분들이 있는데요.
북한
가장 큰 점은 북한의 공격입니다. 웹툰 원작에서는 순전히 북한이 악역으로 등장합니다. 북한 초능력자팀 대장으로 나오는 김덕윤(박희순)은 웹툰에서는 김두식에게 털린 후 절치부심해서 9472 부대를 만들고 쳐들어옵니다.
순전히 남한 초능력자를 테스트하고 처치 또는 포섭하기 위한 목적으로 왔으며 최후에는 목적을 실패하고 부하 권용득에게도 외면당해 죽습니다. 어찌보면 민차장 같은 역할이 북에서는 그였습니다.
반면 무빙 드라마판에서는 약간 시대의 희생양 컨셉으로 바뀌었죠. 이는 남한의 초능력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한 국정원 민용준(문성근) 차장과 북한 보위부장 김현성(손병호)가 수단 방법을 안가리고 초능력자 부대를 양성하는데 남이나 북이나 인생이 희생당한걸로 비춰집니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북한군 비행능력자인 정준화(양동근)가 돌아가서 수용소에 잡혀있는 김두식(조인성)을 풀어 주는데요. 원작에서는 팔잘리고 패퇴하다가 봉석이가 제지하는데 오마니를 보고 싶다고 호소해서 놓아주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김두식(조인성)
김두식도 원작에서는 수용소에서 한쪽 발목에 쇠고랑을 차고 있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집 앞에 발자국이 하나만 찍혀서 돌아온 것을 암시합니다. 이를 통해 한쪽 발목을 자르고 스스로 탈출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앞서 말했듯 정준화가 돌아가서 보위부장 김현성을 암살한 뒤 김두식을 풀어주고, 돌아온 김두식은 민용준 차장을 암살하는 스토리로 흘러갑니다.
애초에 민용준 차장이 죽는 것 자체가 웹툰 원작에는 없던 전개입니다.
새로운 국정원 빌런 마상구
민차장이 죽었기 때문에 그 자리를 대체할 인물로 마상구(박병은)가 결말 부분에 등장합니다. 조국을 위해 어쩐다는 개소리를 하는걸 봐서 시즌 2에서 또 다른 개민폐 국정원 빌런이 될 예정입니다.
김봉석이 졸업식 참석 안한 이유
웹툰에서도 봉석이는 북한군과 싸운 날 이후로 학교에도 졸업식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웹툰에서도 이렇다할 힌트가 없었는데요.
드라마에서도 원작과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김봉석은 학교에 안나왔고, 사람들을 구하러 다니는 히어로가 되어 뉴스에 나오는 것으로 똑같이 마무리됩니다.
힌트가 없어서 학교에 왜 안나온건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크게 다쳤던 반장도 나오고 다들 나왔는데 굳이 봉석이는 왜 안나온 것일까요.
어쩌면 드라마에서 달라진 설정이 봉석이가 학교에 안나온 이유를 강화해주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무빙 드라마에서는 결말에 김두식이 민용준 차장을 암살했기 때문에 이제 진짜로 수배자가 되어버렸죠. 그렇다면 가족과 함께 곧바로 떠났다고 보는게 자연스러워지겠네요.
그런데 그 와중에 봉석이는 또 공공연하게 모습을 드러내서 히어로물을 찍고 있다? 음 조금 이상하긴 합니다. 여기에 대한 해답은 강풀의 또 다른 작품인 브릿지와의 연결점을 보셔야 알 수 있습니다. 타이밍, 어게인, 무빙, 브릿지로 연결되는 것이 강풀 초능력자물 작품들의 이어지는 세계관입니다.
여기서는 무빙 사건 이후 졸업때가지 또 다른 스토리가 진행된 것이 있다 (그게 브릿지 내용) 라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결말 국정원 여자 신혜원 정체
무빙 드라마 20화 결말에서 국정원에 황지성과 같이 들어와서 민용준 차장에게 하대하는 여자가 있는데요.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누군지 못 알아보신 분들도 많으실겁니다.
바로 장희수가 일진들과 17대1 싸움을 하게 된 계기였죠. 이전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던 신혜원(심달기)입니다. 턱에 점 있는 애로 기억이 나네요.
이 막판에 나온 국정원 여자 신혜원의 정체는 사실 늙지 않는 초능력을 가진 요원이었습니다. 웹툰 원작에서는 이강훈(김도훈)이 국정원에 입사하고 민용준 차장을 찾아와서 아버지 전과 말소를 얘기하는 장면에서 이강훈 뒤쪽에 살짝 비춰집니다.
원작과 달리 드라마에서는 대놓고 “민용준, 일 이따위로 할거야?”라는 강력한 대사를 내뱉음으로써 특별한 인물임을 대놓고 암시합니다. 앳된 외모지만 사실 민용준 차장보다 더 위인 인물이라는 것이죠.
등장도 경비원으로 잠복해서 관찰 역할을 하던 황지성(김종수)이 모시고 들어오는 연출을 통해, 신혜원이 가장 윗사람인 것을 나타냅니다. 그동안 경비원 황지성이 어딘가 몰래 전화하곤 했었는데 바로 신혜원에게 다이렉트로 보고했던 것입니다. (원작에서는 민차장 부하)
무빙 시즌2가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신혜원 역의 심달기 배우를 늙지 않는 캐릭터로 또 써먹으려면 얼릉 찍으셔야겠어요. 캐릭터는 안늙어도 배우는 늙으니까요 ㅠ
차기작은 언제?
원래는 웹툰 차기작 히든이 연재될 예정이었으나, 무빙 드라마화가 확정되면서 미뤄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강풀 작가가 직접 드라마 각본까지 썼거든요. 확실히 그동안 강풀웹툰 원작으로 만든 것들보다 직접 각본을 쓰니까 훨씬 재밌었어요.
강풀 작품의 최고 매력은 역시 스토리입니다. 각 등장인물의 서사를 깊게 보여주면서 시공간을 넘나들어 그것들을 연결시키고 복선과 반전을 설치하는 능력이 천부적이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이렇게 탄탄한 구성의 작품으로 계속 이어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드라마 무빙 결말 해석과 원작 웹툰과의 차이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