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본체에서 삐삐삐삐 소리 나거나 무한 재부팅될 때, 부팅 시 모니터 화면 안 들어오는 현상 등 하드웨어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낑낑대며 해결했던 사례들을 하나로 묶어서 다시 정리하였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은근히 많이 도움되는 것 같고, 나 스스로도 비슷한 증상이 또 생기면 예전에 썼던 글을 참고하니까 편하다. 혹시 컴퓨터 부팅시 문제가 있다면 아래 항목들 중에서 해당되는 유사 증상이 있는지 찾아보고, 해결방법을 따라서 시도해 보면 된다.
팬이 꺼지면서 무한 재부팅
증상
아놔 본체만 100만원 넘는 조립식 PC 샀던 건데 쓴 지 얼마 됐다고 문제가 생기는 거야
컴퓨터를 잘 사용하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띠~~~ 하면서 기계음과 함께 화면이 정지상태로 다운이 된다. 본체의 리셋 버튼을 눌러서 재부팅을 시키면 뭔가 파워 출력이 딸린 것처럼 불이 들어오고 팬이 돌아가다가 푸슉 하고 꺼져버린다. 다시 좀 있다가 또 위잉 하고 들어오다가 또 꺼져버리고를 무한 반복한다.
컴퓨터로 해야 할게 많이 쌓여있는 상태에서 이런 고장이 발생하면 정말 답답하고 가슴이 철렁한다. 전문가가 직접 확인해 봐야 어느 부품의 어느 부위가 문젠지 세부적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본체 시동이 반복해서 꺼져버리는 이런 경우는 일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추정원인
① 파워의 출력 부족 또는 접촉 문제
② 메인보드 쪽의 문제
여기서 나는 짚이는 게 있었다. 예전에 게임을 하다가 화면이 일시정지 되고는 모니터 화면이 리셋되는 것처럼 껌뻑하고 다시 뜨는 일이 가끔 있었다. 설마 그래픽 카드가 불량품이겠어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어갔었는데, 이렇게 사달이 나고 보니 아마도 그래픽카드의 문제가 아닌가도 싶었다. 큰 문제가 터지기 전에 여러 번의 작은 문제나 조짐이 생긴다고 하지 않던가.
일단 다시 부팅을 하면서 본체 뚜껑을 열고 내부를 살펴보니, 역시나 그래픽 카드의 팬이 가장 늦게 돌아가는 게 보인다.
해결방법
육안으로 보기에 그래픽 카드가 메인보드에 연결이 빠진 거 같진 안된 거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컴퓨터 끈 상태에서 다시 한번 꾹꾹 잘 꼽아주고 부팅을 해보니 정상적으로 켜진다!! 원인은 그래픽카드 접촉불량이었다.
마음속으로 ‘제발 이대로 정상으로 돌아와라’ 기도하면서 켰는데 정말 고쳐져서 환호성을 질렀다. 컴퓨터 만질 때 가장 헛된 것이 바로 기도 메타인데 또 마음속으로 돼라 돼라 외치고 있었네 ㅋㅋㅋ
아 초등학교 때는 PC 잡지 여러 개를 매달 사보면서 컴도사급 실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MS DOS 시절 기본메모리 630kb까지 확보하는 연구를 해서 게임 돌리고 그랬던) 나이 먹으니 나도 별 수 없이 점점 컴맹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본체 삐삐삐삐 소리 날 때
증상
저번에는 그냥 전원이 들어오는 듯하다가 피유웅하고 힘 빠지듯 꺼지고 다시 또 켜지고 반복하는 현상이었는데, 이번에는 삐삐삐삐 무서운 기계음이 추가되는 현상이 생겼다. 아 또 뭐야… 처음에 증상 시작될 때 다운되는 것까진 동일한 형태인데 자동 재부팅되면서 삐삐삐삐 비프음까지 난다.
이렇게 비프음이 나는 경우는 그 숫자에 따라 고장원인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메인보드 바이오스 종류별로 비프음에 따른 고장 진단법이 따로 있다.
추정원인
그런데 문제는 아예 컴퓨터가 맛탱이가 가서 화면도 안 나오고 부팅 진행도 안되는데 자기 컴퓨터 바이오스가 무엇인지 확인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내 경우는 비프음 4번이 삐삐삐삐 하고 울렸는데 BIOS가 뭔지 몰랐지만 4번 울리는 건 AWARD에는 없어서 AMI일 거라고 판단했다. AMI는 American Megatrend Inc의 약자이다. 아미 바이오스에서 비프음 4번은 시스템 타이머 실패라고 나와있다.
이 현상은 찾아보면 CMOS 문제라서 CMOS 배터리를 교체하거나, 바이오스 업그레이드 또는 메인보드 A/S를 받으라고 한다. AS를 어디 가서 받아 요즘에 컴퓨터 수리해 주는 매장 찾기도 힘든데.
해결방법
사실 이 삐삐삐삐 비프음 4번의 원인은 CPU의 CMOS 문제보다 메모리 쪽 원인인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CPU 오버클러킹 해서 쓴다던지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일단은 메모리 상태부터 점검해 보는 것이 빠른 해결방법이다.
본체를 열고 메인보드를 보니 메모리 슬롯이 4개가 있었는데 그중 두 개에 메모리카드가 꼽혀 있었다. 이걸 둘 다 뽑은 뒤, 하나만 원래 꼽혀있지 않은 새로운 슬롯에 꼽고 부팅을 시도해 본다. 그래서 된다면 기존의 2개 메모리 슬롯 중 하나에서 접촉 문제가 있었다는 증명이 된다.
이런 식으로 메모리카드 한 개 가지고 순서대로 꼽아 부팅해 보면서 특정 슬롯이 아예 망가졌는지 판별해 볼 수 있다. 아니면 슬롯 자체가 망가진 게 아니더라도 접촉이 잘 안 되는 상태로 발생한 일시적인 불량일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슬롯은 문제가 없었고 그냥 메모리카드를 빼서 슬롯 구멍과 칩 연결 부분을 한 번씩 바람으로 불어주고 다시 꼽으니 해결되었다.
기왕 메모리카드 뽑고 점검하는 김에 지우개 신공으로 슬롯 접점부인 황금색 부분을 한번씩 슥슥 닦아주고 다시 체결하는 것도 좋다.
모니터 화면이 안 나올 때
조립식 PC 구입 초기에 위와 같은 부팅 문제를 겪고, 이후 약 5년가량은 별 탈 없이 잘 사용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다른 문제를 마주했다. 바로 모니터 화면이 안 들어오는 것이다. 아니 어젯밤까지 잘 사용하고 시스템 종료했는데 오늘 아침에 갑자기 왜 안되지 ㅠㅠ 잠결에 본체를 발로 찬 것도 아니고 말이다.
증상
말 그대로 부팅 시 비프음이 나지도 않고 그냥 모니터 화면만 안 나온다. 파워가 출력부족처럼 꺼지지도 않고 본체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모니터가 안 켜지고 아무 반응이 계속 없는 상태가 유지된다.
추정원인
인터넷에서 컴퓨터 부팅 안될 때 해결방법을 찾아보면 대부분 비프음으로 원인 판단하라고 하거나 아니면 메모리, 그래픽 카드 슬롯을 뺏다가 잘 끼워보거나 케이블 어디 빠진데 있나 보라는 내용들이다. 이 경우에는 대부분 그다지 도움 안 되는 내용뿐이었다.
지금 모니터는 DVI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는데 나사까지 조여놓은 이 녀석이 빠졌을 리는 없고… 그래도 혹시나 다시 뺐다가 잘 껴보고 재부팅을 해보았으나 그대로이다.
본체가 전원이 들어오고 심지어 윈도 부팅해서 들어가는 사운드까지 들렸다. 말 그대로 모니터로 그래픽 신호가 안 들어가는 느낌이다.
모니터가 고장 난 건가? 싶었지만 전날까지 멀쩡히 잘 사용하고 꺼놨는데 아무 조짐도 없이 갑자기 고장 났을 가능성은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모니터가 있다면 바꿔 달아서 확인해 봤겠지만 그걸 지금 확인할 방법은 없기에… 본체부터 열고 살펴보았다.
오랜만에 열어보는 컴퓨터 본체 내부의 모습이다. 그동안 청소도 안 해서 먼지가 아주 수두룩하다. 특이한 점은 그래픽카드의 팬이 안 돌아가고 있었다.
해결방법
본체를 들고 아파트 복도로 나가서 그래픽 카드를 뽑고 메인보드랑 같이 먼지제거 스프레이로 싹 청소를 해주었다. 너무 열심히 뿌려주었더니 먼지청소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살얼음이 낄 정도가 되어버렸다.
이러다 물이 들어가서 완전 고장 날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재조립하기 전에 가지고 들어와서 드라이기로 물을 다 말려주었다. 극저온에 극고온까지 괜히 반도체 한계테스트 시킨 기분…
메모리와 그래픽카드를 싹 닦고 재조립 후 부팅을 했더니 모니터 화면이 나오면서 정상적으로 부팅이 되었다. 역시 윈도 시작음악까지 나왔다는 것은 본체에서 정상 부팅은 하고 있었는데, 모니터 화면으로 디스플레이 정보 송출만 안되었던 것이다.
소리 없이 그냥 부팅 안될 때
증상
처음엔 삐삐삐삐 4번 비프음과 무한 재부팅되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전에 겪었던 문제이므로 메모리카드 청소와 슬롯 변경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메모리카드 슬롯을 원래 꼽혀있던 두 자리 말고 아무것도 없던 두 자리로 옮겨서 꼽아봤는데 고쳐지지가 않았다. 지우개신공 청소를 한 번 해준 뒤 다시 원래 꼽혀있던 두 자리의 슬롯에 꼽아놓았다. 그랬더니 여전히 부팅은 안되지만 삐삐삐삐 소리 나는 비프음은 들리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즉, 아무 소리 없이 그냥 부팅이 안 되는 증상으로 바뀌었다.
추정원인
비프음도 안 나고 그냥 부팅이 안 되는 경우 하드를 비롯한 내부의 연결 케이블이 빠져있는 것이 원인일 수 있다. 본체를 열고 여기저기 살펴보다 보니 반대편 쪽에 SSD에 물려있는 케이블 연결이 헐렁해져 있는 것이 보였다.
해결방법
케이블을 뺐다가 다시 찰칵! 소리 나게 잘 연결해 주었더니 정상적으로 부팅되었다.
처음에 메모리 슬롯 접촉불량 문제였는데 그걸 고친다고 본체를 건드리다가, 충격이 가해져서 SSD의 연결 케이블이 빠졌었나 보다. 이렇게 중간에 괜히 다른 걸 건드려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알 수 없어 문제 해결이 미궁에 빠지거나 오랜 시간 삽질을 할 수 있다. 컴퓨터 본체를 만질 때는 항상 조심조심 다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