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육성게임 4대천왕 성공비결 (고전게임)

어린이들의 (다수의 성인 포함) 동심을 사로잡았던 추억의 육성 게임 4대 천왕을 소개하고, 성공사례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다마고치 (휴대용 게임기)

다마고치

다마고치는 일본어로 달걀이란 뜻의 ‘다마고(たまご)’와 시계를 뜻하는 ‘워치(Watch)’의 합성어로 1996년 일본의 주부 아키 마이타가 개발하고 반다이가 아이디어를 사서 시장에 발매하였습니다. 간단히 말해 휴대용 디지털 애완동물로서 당시엔 그야먈로 획기적인 발상이었죠. 

다마고치는 출시 이후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는데, 특히 미국에서는 3일만에 3만개가 팔리는 등 단번에 히트상품으로 기록되었습니다. 미야자키 전 일본 수상이 손자에게 다마고치를 사주려고 3번이나 줄을 선 끝에 구입했다는 일화도 있을 정도입니다.

다마고치

다마고치의 성공 포인트

1) 9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과 함께 핵가족화가 보편화되면서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놀거리도 부족했던 시절, 휴대성이 좋은 다마고치는 언제 어디서나 무료함을 달래는 최고의 친구가 되어주었죠.

2) 실제로 키우기 힘든 애완동물을 키울수 있는 대리만족의 성격을 지닙니다. 세가지 버튼을 통한 간편한 조작임에도 먹이주기, 배설물, 예방접종, 잠자기, 놀아주기 등 매우 다양한 게임 모드가 있어서 실제로 애완동물을 키우며 세심하게 신경써주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3) 동심을 자극하는 아기자기한 모습 또한 아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부분입니다. 컴퓨터나 콘솔 게임의 그래픽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으므로 단순한 흑백액정의 캐릭터도 귀엽게 보일 수 있었습니다.

4) 예쁜 디자인으로 인해 악세사리로서의 역할도 컸습니다. 또한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자랑거리가 되었기 때문에 아이들의 경쟁심리 속에서 문방구점에는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되었습니다.

다마고치 케이스

[ 동심 뿐만 아니라 여심까지 파고드는 귀여운 디자인들 ]

반다이의 고객지향적 자세

이러한 성공 포인트 뒤엔 반다이의 숨은 노력이 많았습니다. 유행에 민감한 여고생들이 히트상품을 만들어낸다는 점에 착안하여 여고생들이 읽는 잡지를 모조리 분석하며 색과 형태 등을 정하였고, 시부야 여고생들의 의견을 물으며 귀엽다는 의견이 나올 때까지 다시 만들었다고 합니다. 

마침내 1년 후 키티랜드 등 여고생에게 인기있는 가게에서 시험판매되기 시작하여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게 되었지요. 아이디어의 현실화, 이것은 반다이의 사례처럼 고객의 목소리에 철저히 귀를 기울이고 사실을 바탕으로 일을 진행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덧붙여 휴대전화, 노트북 등 휴대성 전자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절을 만난 것은 행운일까요.

육성 시뮬레이션 끝판왕 프린세스 메이커 (PC게임)

육성 게임 끝판왕 프린세스 메이커

말이 필요없는 게임이죠. 한때 전국적으로 미혼의 아버지를 대대적으로 양산해냈던 프린세스 메이커, 일단 판매량부터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0여가지의 다양한 시리즈가 있지만 그 중 대표작인 프린세스메이커1, 2, 3의 경우를 살펴보면, 각각 56, 237, 151만장씩 팔렸습니다. 

일본에서 17, 116, 209만장씩 팔린 것에 비해 더 높은 수치입니다. 다른 게임과 비교해 보면, 창세기전이 100만장, 스타크래프트 360만장, 디아블로 228만장 등입니다. PC방 시대를 맞아 떠오른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를 제외하면 단일 패키지로 프린세스메이커2가 최고의 판매량이네요. 

과연 이토록 인기를 끌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프린세스 메이커 엔딩

다양한 엔딩, 높은 자유도

먼저 위 그림에서 처럼 용사, 악마, 왕까지도 될 수 있고 그 밖에 목수, 댄서, 왕비, 공주, 학자 등등 수십가지의 다양한 엔딩이 존재합니다. 

과연 이렇게 키우는 딸이 어떤 엔딩을 맞게 될까 어떻게 성장하게 될까를 궁금해하게 되고, 클리어 한 이후에도 다른 엔딩을 보기 위해 게임을 반복하게 됩니다. 반복해서 하더라도 여러 갈래의 스토리로 갈라지면서 새로운 재미를 계속 맞볼 수가 있는 것이죠.

프린세스 메이커 게임화면

묘한 보람

프린세스 메이커는 본인을 대신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키우는 게임들과 달리, 화면에는 보이지 않는 ‘아버지’가 되어 딸을 육성하는 것입니다. 10~18세까지의 양육을 통해 엔딩이 결정되게 되는데, 자신의 캐릭터로 다른사람과 경쟁하는 게임들과는 다른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보람’ 이라는 것입니다. 굉장히 많은 여러가지 활동들 중에서 딸의 스케쥴을 선택하고 그 결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건 진짜 아빠가 아닐지라도 매우 뿌듯합니다. 또한 게임 진행에 긴박함과 답답함이 없어 ‘관망자’의 입장에서 여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구요.

딸키우는 재미

‘딸’의 존재감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인 ‘딸’에게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입니다. 딸의 능력치들과 기분 등에 따라서 돌발 이벤트가 발생하기도 하고, 무리한 일을 하다보면 건강이 악화되기도 하며, 신체사이즈에 따라 실제로 캐릭터 몸매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다마고치를 하듯 다양하게 존재하는 이런 요소들이 딸을 단순한 컴퓨터 프로그램의 반응이 아닌 실제 캐릭터로써 구현시켜 주었고, 플레이어는 간간히 알게되는 잔재미에 더욱 게임에 빠져들게 되는 것입니다.

프린세스메이커 시리즈는 2007년에 5편까지 발매되었고 이후에는 신작 공개는 없었습니다. 닌텐독스 다음으로 판매량 2위를 기록하여 육성게임의 최고봉임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네오펫 (웹게임)

네오펫 홈페이지

엄청난 유저수

이번엔 다른 게임들에 비해 조금은 생소한 게임입니다. 게임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상으로 하는 방식이거든요. 물론 앞서 소개한 게임들, 그리고 이 글의 주제인 육성게임에 속한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일단 놀라운 것은, 참가자 수와 네오펫 갯수를 보십시오. 동시접속자가 무려 4만명입니다.

네오펫 통계

주인이라고 표시된 것이 가입된 계정의 수를 의미합니다. 1억 5천만개이군요. 입이 떡벌어지는 순간… 뭐가 재밌길래 전세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하는 것일까요.

네오펫 종류

방대한 스케일

기본적으로 ‘펫’을 이용한 육성게임인만큼 굉장히 많은 종류의 귀여운 캐릭터들이 있습니다. 각 캐릭터는 또한 4가지의 색상테마 중에서 골라서 선택할 수 있으며 암컷과 수컷의 디자인이 또 다릅니다. 수백가지의 차별화가 가능한 부분이지요. 디자인 면에서도 동화같은 일러스트는 통해 어린 친구들에게 어필하기에 충분합니다.

펫 설정화면

[ 거주지와 취미, 성격도 설정이 가능하며 (전투를 위한) 스탯도 고를 수가 있습니다 ]

캐릭터를 생성하고 입장해보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이것저것 뭔가가 많습니다. 플래쉬 게임만 해도 끝이 안보일 정도로 많이 있는데, 이 게임을 통해 주로 포인트를 벌고 그걸로 펫을 활동시키는 구조입니다. 

단순히 한가지 교육만 해도 되고, 이런저런 대회에 나가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할 수도 있게 되어있습니다. 넓은 월드를 탐험하며 어마어마하게 많은 아이템들을 모아보는 재미도 있고, 모은 것을 경매하기도 합니다. 펫을 키워 서로간에 대결을 하기도 하구요. 

정말 하나의 ‘세계’가 구현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네오펫 다양한 맵

[ 다양한 국가들의 모습. 총 18개 지역이 있습니다. ]

전세계 유저들과의 교류

네오펫은 11개 국어로 번역되어 서비스되고 있으며, 여기에 접속하는 사람들은 미주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계에 넓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각종 게시판을 이용하거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도중 외국 유저와 함께하게 되고 이런 경험은 어린 유저들에게도 좋은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친구를 만들어서 ‘네오친구’ 명단을 관리하며 메신저로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는 파티플레이 모드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협력과 경쟁같은 커뮤니티성은 분명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요소이기 때문에 차차 계속적인 개발을 하겠지요.

여담으로, 영문으로 된 게임을 하면 교육적으로도 좋습니다. 어렸을 적 ‘트랜스포트 타이쿤’을 하면서 영한사전을 항상 달고 살았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렇게 공부한 단어들은 절대 잊어먹지 않을 겁니다. 게임도 영어공부에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네오펫은 번역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참고 근성있게 영어를 읽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요.

닌텐독스 (닌텐도DS)

닌텐독스

마지막으로 살펴볼 게임은 닌텐독스입니다. 

닌텐독스는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의 패키지 이름입니다. 보통 닌텐도하면 슈퍼마리오, 화투로 시작한 회사 등의 인식만 하고 있었는데, 어느순간 <닌텐도 = 게임기>라는 동의어가 되면서 지금의 닌텐도DS의 대히트는 이른바 폭풍이라고 해도 좋을만한 수준입니다. 

게임기 시장에 독보적 존재였던 소니의 PS3가 500만대의 판매량에 그친 반면 닌텐도DS는 전세계 6천만대에 달하는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닌텐도DS

닌텐도DS가 이토록 인기를 얻은 이유는 조작 방법이 간단하면서도 독특하고, 게임은 건전성과 유익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게임기를 사는 것을 역사적으로 반대해 온 부모들의 거부감도 해소시킬 수 있었으며, 게임과 밀접하지 않았던 여성들과 중장년층까지 고객층을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과연 어떤 게임이길래…닌텐도DS의 히트작 중 하나인 닌텐독스를 한번 볼까요? 자세한 설명보다 아래 CF를 보는 것이 빨라 보입니다.

광고정보센터 닌텐독스 CF (2009.2.19)

진짜보다 귀여운 강아지

그래픽 기술에 힘입어 너무도 귀엽게 묘사된 강아지가 금방이라도 스크린에서 튀어나와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안길 것 같습니다. 동심과 여심이 봄처녀 치마 바람에 살랑이듯 살살 녹아갑니다. 다마고치 때처럼 실제로 동물키우기가 힘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필할 것은 물론 귀여운 캐릭터에 끌려 구매를 결정한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닌텐도DS

닌텐도DS의 특성을 살린 커뮤니테이션

터치스크린을 채용한 닌텐도DS의 기능은 게임을 더욱 재밌고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줍니다. 강아지의 목줄을 직접 잡아 끄는 효과라던지, 재롱부리고 놀아주는 과정을 직접 터치를 통해 진행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입력과 반응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실제적으로 강아지와 소통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애견 취미에 더욱 몰두할 것입니다.

미야모토 시게루

미야모토 시게루의 힘

닌텐독스의 성공을 한사람만의 공으로 돌릴 순 없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공은 몰아줘야 할 것 같습니다. 미야모토 시게루는 세계 최초 횡스크롤 액션 게임인 슈퍼 마리오를 개발하여 2억장이 넘는 판매고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고, 사장직전의 게임계를 부활시켜 게임의 신으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게임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시상식인 <Academy of Interactive Arts & Sciences>의 명예의 전당 1호이며 그의 또다른 작품 ‘젤다의 전설’은 일본의 게임잡지 패미통에서 최초 40점 만점을 받아 게임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닌텐독스를 통해 또다시 만점을 받았다고 하니, 아직까지도 건재한 게임계 최고의 기획자임이 분명하네요.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즐겁지 않으면 그들의 게임을 재미있어 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라는 그의 철학처럼 진정 즐길 줄 아는 챔피언이 버티고 있는 것이 바로 닌텐도 개발팀의 힘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여기까지 성공한 4가지 육성게임의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귀여운 디자인으로 감성을 자극하고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며, 보람을 느끼게 만드는 진행을 통한 몰입도 증대, 그리고 고객지향적 관점에서 제작하였다는 것이 공통점으로 보입니다. 

육성게임의 특성상 단순한 마케팅 홍보보다는 내실있는 작품성을 갖추고 입소문을 탈 수 있도록 고객의 충성도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어린이에게 교육적 효과와 건전한 재미를 안겨주는 육성 게임. 앞으로도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김범열, “고객지향적 혁신 활동의 성공 포인트”, LG경제연구소

한기규, “다마고치 키워보셨어요?”, 디시인사이드

가이낙스 연혁 http://www.gainax.co.jp

란펠츠, “프린세스 국내 판매량”, 네이버 블로그

구가인, “재미 중독기’ 닌텐도를 누가 말려, 동아일보

한일영, “성공적인 닌텐도의 경영전략에 관해서”, 삼성경제연구소

이 글은 2008년 6월 11일 인벤 객원필진 활동당시 작성글로 다음 메인에도 소개되었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초창기에는 포털메인에도 종종 나오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재미도 사라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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