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용어 중에서도 유독 무겁게 다가오는 단어가 있다. 바로 스테그플레이션이다. 이 낯선 단어는 최근 들어 뉴스와 경제 전문가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며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 화제가 되는 걸까? 경기는 침체되는데 물가는 오른다는 이상한 조합,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보자.
스테그플레이션의 정의와 기본 개념
스테그플레이션의 이중 딜레마
스테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스테그네이션(stagnati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거시경제학에서 고(高) 물가상승과 실직, 경기 후퇴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리세션-인플레이션이라고도 부르며, 상황이 심각해지면 ‘슬럼프플레이션’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보통의 경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소비가 늘어나면서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나쁠 때는 소비가 줄어들어 물가도 안정되거나 떨어지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스테그플레이션은 이런 상식을 완전히 뒤집는다.
1970년 재무장관이 된 영국 보수당 정치인 이언 맥클레오드가 처음 사용한 이 용어는 이제 전 세계 경제학자들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경제 정책으로는 해결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테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들 🔍
스테그플레이션의 원인을 이해하려면 공급과 수요, 두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스테그플레이션은 공급 부족과 수요 감소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복합적 현상이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공급 충격이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거나 에너지 비용이 치솟으면 기업들은 생산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생산량을 줄이거나 제품 가격에 비용 상승분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시도를 문제 삼아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공했습니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해 국제 사회가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러시아 원유와 곡물 등의 수출이 막혔고, 이에 따라 국제 유가와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한 사례가 최근의 대표적인 공급 충격이다.
통화 정책의 실패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과도하게 통화량을 늘리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하지만 동시에 구조적 문제로 경제 성장이 제한되면 스테그플레이션 상황이 만들어진다.
▲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 ▲ 노동시장 경직성과 임금 상승 압력 ▲ 과도한 통화량 증가와 재정 정책 실패 ▲ 국제 정세 불안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역사적 사례 분석 ⚡
스테그플레이션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1970년대 오일쇼크다. 1973년 10월 6일 이집트 군이 이스라엘을 공격함으로써 제4차 중동전쟁이 발발하였는데 이는 세계의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배럴당 2~3달러 하던 유가는 몇 달 새 약 12달러로 4배 넘게 오른다.
1차 오일쇼크 이후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1974년 주요 선진국들은 두 자릿수 물가상승과 마이너스 성장이 겹치는 전형적인 스테그플레이션을 겪어야 했다. 대한민국의 경우, 1973년 3.5%였던 물가상승률은 1974년 24.8%로 수직상승했고, 성장률은 12.3%에서 7.4%로 떨어졌다.
2차 오일쇼크는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촉발되었다. 1979년 중 세계경제는 석유 가격의 급등으로 스테그플레이션이 심화되어 국제교역 환경이 크게 악화되었다. 한국 경제도 큰 타격을 받아 1980년대 초반까지 장기 침체가 이어졌다.
당시 위기를 극복한 대표적 사례가 바로 폴 볼커의 강력한 통화 정책이다. 폴 볼커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등장했을 때가 이 당시다.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이 지명한 그는 경기 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급속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볼커는 취임 당시 연 11%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를 2년 만인 1981년 연 19%까지 끌어올렸다.
구분 | 1차 오일쇼크 (1973-74) | 2차 오일쇼크 (1979-80) |
---|---|---|
원인 | 제4차 중동전쟁, 아랍 석유 무기화 | 이란 혁명, 정치적 불안 |
유가 변화 | 배럴당 3달러 → 12달러 (4배) | 배럴당 20달러 → 39.5달러 (2배) |
한국 물가상승률 | 3.5% → 24.8% | 18.3% → 28.7% |
한국 경제성장률 | 12.3% → 7.4% | 6.4% → -1.7% |
극복 방안 |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 | 안정화 정책, 구조조정 |
스테그플레이션 대응 방안과 정책적 해법 💡
스테그플레이션은 해결하기 까다로운 경제 현상이다. 일반적인 경기 침체라면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하면 되고, 인플레이션이라면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으면 된다. 하지만 두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면 어느 쪽을 택해도 다른 문제가 악화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과거 스테그플레이션 시대의 정책을 통한 정책적 시사점은 첫째 중앙은행의 최우선 목표는 물가안정이 되어야 하며, 둘째 시장메커니즘을 왜곡시키는 가격통제정책은 성공할 수 없고 비효율만 양산한다는 점, 째 인플레이션을 흡수할 수 있는 생산성 제고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1970년대 스테그플레이션을 극복한 성공 사례를 보면 답이 명확해진다. 볼커의 강력한 통화긴축정책과 함께 1981년 집권한 레이건 정부의 강력한 공급주도 경제정책은 스테그플레이션 시대를 끝낸 대표적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음.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응책들을 정리해보자.
-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 최우선 정책
- 공급망 안정화를 통한 구조적 개선
-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혁신 투자
- 과도한 재정 지출 억제
-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 에너지 다변화 정책 추진
스테그플레이션 극복의 핵심 전략
• 강력한 통화 긴축 정책
• 재정 지출 억제
• 공급망 충격 완화
• 생산성 향상 투자
• 구조개혁 추진
• 혁신 생태계 구축
• 에너지 자립도 제고
• 경제 체질 개선
• 국제 협력 강화
과거 사례를 보면 성급한 처방보다는 일관성 있는 장기 정책이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프랑스,그리스 등 미국과는 정반대로 사회주의적 수요확대 정책을 편 국가들은 스테그프레이션 늪에 빠져 상당기간 동안 저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렸음이라는 교훈도 새겨들어야 한다.
개인 차원에서도 대비책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자산을 분산 투자하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수 있는 실물 자산이나 물가연동채권 등을 고려해볼 만하다.
결국 스테그플레이션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 의지와 국민들의 인내가 함께해야만 극복할 수 있는 경제의 시험대인 셈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1970년대만큼 심각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준비는 철저히 해두는 게 현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