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에서 더욱 활발하게 언급되고 있는 ‘레짐 체인지’ 라는 용어에 대해 정치적 배경부터 원래 뜻, 그리고 역사적 사례까지 종합적으로 정리해 봤다. 갑작스럽게 정치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 표현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왜 이렇게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레짐 체인지의 기본 개념과 정의 💡
레짐 체인지란 영어 해석을 그대로 하면 정권 교체다. Regime (정권) + Change (교체)라는 간단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이 용어가 단순한 정권 교체와 구별되는 이유가 있다.
일반적인 뜻과 사용하는 사람의 사용 의도가 다르기 때문인데 실제로는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Regime’이란 말이 뜻하는 정권이란 한국 말로는 같은 정권이라고 해도 그렇게 좋은 뜻의 정부를 뜻하지 않는다. 권력을 쥔 집단을 의미하는데 ‘권위주의적 정권’이나 ‘무리’ 혹은 권력 집단을 의미한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정권 교체는 한 정권이 다른 정권으로 강제적으로 교체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선거를 통한 평화적 정권 교체와는 다른 뉘앙스를 가진다.
최근 한국 정치에서 레짐 체인지 언급 배경 📰
한국 정치권에서 레짐 체인지가 화두로 떠오른 건 최근의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8월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한 정권이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해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교체)’를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던 것을 보면 이미 2016년부터 정치적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2007년은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시대의 서막을 열 해가 될 것 같다. 물론 이는 북한에 대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내부 정치지형에 대한 이야기이다라는 분석도 있었다.
더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이나 강조했다. 현 정부가 지향하는 국가운영의 기본 철학을 명확히 국민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이는 우리사회가 개개인의 자유와 창의의 가치보다는 집단의 가치를 중시하는 전체주의적 흐름에 대한 경고였다. 동시에 국가 주도의 타율적 가치관에서 탈피하는 대전환의 혁명적인 담론이었다. 분명한 ‘레짐 체인지’의 선언이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레짐 체인지의 어원과 역사적 배경 🏴☠️
레짐 체인지의 어원을 찾기 위해서는 ‘레짐(Regime)’이라는 단어부터 살펴봐야 한다. ‘Regime’은 라틴어 단어 ‘Regere’에서 유래한다. Regere는 영어로 ‘to rule’, 즉 ‘지배·통치·규율’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면 레짐 체인지라는 용어는 언제부터 사용되기 시작했을까? 레짐 체인지의 유래는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미국 정부가 ‘해적과의 전쟁’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다는 설이 있다.
1776년 독립을 선언한 미국은 영국과의 독립전쟁에 승리해 1783년 파리조약에 의해 국제적으로 승인을 받는다. 독립후 미국의 첫 전쟁은 북아프리카의 해적집단과 치른 전쟁이었다. 이것이 바로 바르바리 전쟁(Barbary War)이다.
하지만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앙시앵 레짐(Ancien Régime) 또는 구체제는 프랑스 혁명 이후의 정치적 변동과 개혁을 누보 레짐(Nouveau Régime) 또는 신체제라 부른 것에서 이에 대응하는 어휘로 탄생했다는 점에서 프랑스 혁명 시기부터 체제 변화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국제 정치에서의 레짐 체인지 사례들 🌍
역사적으로 레짐 체인지는 국제 정치에서 자주 사용되어 온 개념이다. 특히 미국의 외교 정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 이란에 대한 레짐 체인지 논의가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의 상당 부분을 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자신의 2018년 결정을 정당화하는 데 할애했다. 그리고 “이란의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위한 압박을 옹호해온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아래에서 백악관은 점점 더 제재 강도를 강화해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도 레짐 체인지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미국이 9.11 테러의 주범인 알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을 지원하는 탈레반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후, 다시 아프가니스탄을 탈환하려 한 탈레반으로부터 새로 구성된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지원-유지하려던 양상을 보였다.
사례 | 시기 | 목표 | 결과 |
---|---|---|---|
바르바리 전쟁 | 1801-1805 | 북아프리카 해적 정권 제거 | 성공 |
이라크 전쟁 | 2003-2011 | 후세인 정권 제거 | 혼재 |
아프가니스탄 전쟁 | 2001-2021 | 탈레반 정권 제거 | 실패 |
리비아 개입 | 2011 | 카다피 정권 제거 | 혼재 |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영어로 ‘Regime’이라는 말이 사용될 때는 좋지 않은 이미지의 정권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된다. 예를 들면 ‘범죄 정권(Criminal Regime)’ 같은 경우다. 민주적 선거를 통해서 정상적으로 평화롭게 들어선 정권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그럴 땐 government 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핵심 키워드로 정리하는 레짐 체인지의 특징
레짐 체인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키워드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체제의 근본적 변화 현 정치 체제를 구축하고있는 이념이나 가치 등 기존 지배층의 뿌리를 뽑는 정치 변동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인사 교체가 아닌 시스템 자체의 변화를 의미한다.
2. 강제적 성격 일반적인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와 달리 혁명, 쿠데타, 국가실패나 내전이 잇따르는 정부 재구성 등 국내 프로세스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침입, 간섭, 강압 간섭, 강압 외교 등을 통한 외부 요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
3. 권위주의적 정권에 대한 적용 우리나라를 상대로 외국에서 가장 많이 ‘Regime’이라는 단어를 쓴 시기도 역시나 박정희 대통령 시절로서 ‘Park’s Regime(박 정권)’이라 지칭됐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권위주의적이거나 부당한 정권에 대해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결국 레짐 체인지는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서 기존 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는 개념이다. 정치권에서 이 용어가 등장한다는 것은 현재 체제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와 변화 요구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