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해내는 의지를 강조할 때 요즘 인터넷 밈용어로 중꺾마 라는 말이 사용되곤 한다. 풀어쓰면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죠’의 약자인데, 정작 이 말은 아무도 한 적이 없이 한 기자의 워딩에 의해 대유행이 시작되었다.
2022년 10월 롤챔스 (롤드컵) 첫 라운드에서 패배한 DRX팀의 김혁규 선수(데프트)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 말이 발단이었다. 그의 발언은 크게 튀어보이는 부분이 없이 담담하면서도 강인한 멘탈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저희가 저희 플레이 잘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고.
또 오늘 지긴 했지만 저희끼리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이 말도 충분히 멋있다. DRX팀은 마치 월드컵의 한국 축구처럼 랭킹도 낮은 약체팀이었는데, 패배 후에도 기죽거나 초라해지는 모습 없이 당당하게 페이스대로 플레이하겠다는 소신 발언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 대사를 기자가 의역을 해서 썸네일을 만들면서 밈용어 등극의 시초가 되었다.
유튜브 썸네일에 이렇게 다듬어서 올린 것이다. 이 당시에 바로 주목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DRX팀은 첫 패배 후 전혀 흔들림 없이 자신들보다 강하다고 평가받는 팀들을 차례로 무찌르며 엄청난 역배 행진을 이어갔다. 팀이 올라갈수록 첫 경기 때 했던 이 말이 회자되며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압권은 이 때 대회에서 DRX팀이 무려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는 것이다. 이 스토리 또한 매우 흥미롭다.
롤을 모르는 사람도 이름은 들어봤을, 게임계의 메시급인 한국의 이상혁 선수 (페이커)와 중꺾마의 주인공 데프트 김혁규 선수는 같은 고등학교 동창이며 비슷한 시기에 프로게이머로 데뷔했다. 하지만 페이커는 롤드컵 3회 우승에 수백억 연봉을 제안받을 정도의 세계정상급 선수임에 비해, 김혁규 선수는 최고 성적이 4강, 8강으로 상대적으로 초라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끝까지 자기만의 페이스로 꾸준한 노력을 하였고, 이렇게 중꺾마 정신으로 마침내 최정상에서 만난 페이커의 T1팀을 누르고 롤드컵 우승이라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그야말로 한 편의 신화를 써내려간 DRX팀과 데프트 김혁규 선수의 스토리 덕분에 이 중꺾마는 굴하지 않는 의지와 승부정신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단어가 되었고, 지금도 널리널리 사용되고 있다.
다른 밈용어들이 대부분 디씨인사이드나 남초 커뮤니티에서 욕설과 조롱에서 비롯된 유래가 많은데 (또는 원래는 안그랬는데 조롱과 유래로 변질되었던지) 이 중꺾마는 너무나 아름답고 웅장한 스토리를 품고있는 말이기 때문에 전혀 거부감 없이 마음놓고 사용해도 좋은 유행어이다.
오랜시간 그림자 속에서 굴하지 않고 스스로를 갈고 닦아 마침내 세상의 정상에 우뚝 선 중꺾마 데프트와 DRX팀의 우승을 축하하며 앞으로도 승승장구하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