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책을 구입하려고 보니 리커버 에디션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후기 중에도 마침 리커버로 올라와줘서 냉큼 구매했다, 너무 좋았다는 말들이 보인다. 이 리커버 도서가 무슨 뜻이고 왜 하는 걸까?
리커버란 말 그대로 커버 표지를 새로 제작해서 리뉴얼한 버전을 말한다. 최초 출간 당시보다 더 예쁘고 기념이 될만한 디자인으로 만든다.
원래 이 리커버는 100만부 기념이라던지 50쇄 인쇄기념과 같이 책의 흥행을 축하하면서 또 다른 관심을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하곤 했다. 또는 오랜기간 사랑받는 스테디셀러의 경우는 시즌에 따라 다른 에디션을 기획하기도 한다. 증보판 개정판 등에 작가의 최신 추가 원고를 싣기도 한다.
그러던 것이 요즘에는 아예 도서출판 업계의 하나의 트렌드로 뿌리내린 모습이다. 최근에는 아예 초기부터 여러 버전의 표지를 만들어서 구매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소장용이나 선물용으로 유혹한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도서정가제의 도입이 있다. 예전에는 1년반 지난 서적은 출판사와 합의 후 제한 폭 없이 할인 판매도 가능했다. 하지만 정가제가 도입되면서 할인 최대폭이 10퍼센트로 고정되었고, 사은품도 별도 유료결제 없이 마구 퍼주는 것이 금지이다.
시간이 지나도 할인을 늘릴수는 없고 재고는 팔아야 되니 마케팅을 수단을 강구하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리커버 에디션이다. 표지를 바꿔서 산뜻한 이미지로 다시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다.
또 처음 책표지 선정시 여러 후보들 중에서 심사숙고해서 정하게 된다. 이중에는 퀄리티가 높음에도 아쉽게 선택받지 못한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B컷’들을 다시 세상에 보여질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실제로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의 말로는, 독자들이 사은품보다는 리커버 표지 디자인에 더 관심을 가진다고 한다.
무작정 디자인만 바꾸는게 아니라, 왜 이 시점에 이 새로운 커버를 차용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전달되어야 한다. 의미가 있는 한정판 리커버 에디션은 감명깊게 본 책에 대한 독자의 덕심을 자극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된다.
재구매까지 노리는 전략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고가의 두꺼운 책보다는 가격대가 낮은 부담없는 서적들이 더 효과가 크다.
반대로 초판본 에디션 전략도 있는데, 이는 두터운 팬층이 확보된 작가의 베스트셀러에 적용한다. 그동안 수많은 판본이 나왔고 표지도 여러번 바뀌었을 텐데 최초 출간시의 커버로 돌아감으로써 기념비적인 느낌을 준다. 소장 가치가 올라가서 재구매 또는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용으로 구입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