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여러 사이트들을 들어가보면 쿠팡을 방문한 뒤 계속 읽기 버튼이 자주 눈에 띈다. 아마 모르는 사람은 이게 뭔가 하고 무심코 클릭한 뒤 글을 봤을텐데, 사실 이건 고도의 돈벌이 꼼수였다. 이제는 이 더보기 수법이 금지되었다.
1. 쿠팡 방문하고 더보기 하는 이유
한국인이 특히 싫어하는 방식의 마케팅 수법인데 보는 사람을 참 답답하게 만든다. 기레기들같이 제목 어그로 끌어놓고 내용은 처음 한문단 보여줄랑 말랑 살짝 노출시킨 다음 바로 밑에 ‘쿠팡 방문하고 계속 읽기’ 버튼을 큼지막하게 달아놓는다.
🔺 버튼을 누르면 쿠팡 홈페이지로 이동되고, 쿠팡앱을 설치해놓은 사람은 어플이 실행된다. 의미없이 쿠팡을 한번 열었다가 뒤로가기해서 다시 돌아와서 내용을 마저 읽는 식이다. 대체 이걸 왜 해놓는 걸까?
질문의 답은 바로 쿠팡 파트너스이다. 쿠팡 파트너스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제휴 마케팅 제도이다. 자신의 SNS나 블로그, 유튜브 같은 채널을 이용해서 쿠팡 제품을 홍보하고 그에 따른 매출 실적이 발생했을 경우 3%를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특별 행사 기간에는 패션 의류는 8% 커미션을 준다던지 하기도 한다.
홍보한 사람은 이렇게 받지만 그렇다고 구매자에게 추가 비용이 드는 것은 없다. 한 마디로 쿠팡 측에서 당신이 고객을 끌어와서 매출을 올려주면 우리가 이익에서 일부를 떼주겠다. 열심히 활동해봐라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의 취지는 듣고 보면 나쁠 게 없다.
중요한 것은 다음 사항이다.
파트너스 링크를 통해 들어온 사람이 24시간 이내에 구매를 할 경우 홍보 실적으로 인정되어 3% 커미션을 지급한다.
링크를 클릭한 후에 당장 뭘 사지 않고 끄더라도, 하루 이내에 뭔가를 사면 매출 끌어온 실적으로 쳐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웹사이트든 유튜브든 일단 트래픽이 많이 발생하는 채널을 만든 뒤, 쿠팡 파트너스 링크를 달고 사람들이 클릭해서 들어가도록 유도하여 커미션을 먹겠다는 전략이다.
다음날 새벽배송을 받아야 되는 것이라던지, 필요한 것이 있어서 사는 사람이 누군가는 있을 테니까. 일단 많은 사람에게 왕창 누르도록 만들면 그중에 누군가는 물건 사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두둑하게 챙길 수 있다.
이 메커니즘에 대해 보다 자세히 이해해보고 싶다면 아래 영상을 참고해봐도 좋다.
2. 무분별한 쿠파스 링크 남용의 문제점
이러한 방식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쿠팡 측에서 자사의 매출 신장을 위해 홍보비를 투입하는 일종의 마케팅 프로그램인데,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칠 뿐더러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미지 타격을 입힌다는 점이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보자.
1) 쿠팡 이미지 실추
당신이 지금 설명한 이러한 쿠팡 파트너스 제휴 방식의 로직을 모르는 일반인이라고 해보자.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뭘 보러 들어갔는데 쿠팡 방문하고 마저읽기가 떠있다. 방문하지 않으면 글을 볼 수가 없고 원치 않을경우 뒤로 가라고 한다. 클릭하던지 꼬우면 나가라는 것이다.
이걸 보면 아 좋은 글인데 이정도 읽으려면 쿠팡 방문쯤이야 해주지 뭐. 이렇게 생각할까? 아니다. 이런 글들은 대부분 일시적으로 어그로 끌어서 사람들을 끌어 모으려는 이슈성 컨텐츠가 많다. 연예인 가십거리, 누구 까는 내용, 팩트체크도 안된 루머 이런거 무분별하게 올려서 일단 보게 만드는 것들이다. (요즘 유튜브 쇼츠에도 넘쳐난다)
이런 저급 컨텐츠와 맞물려서 쿠팡 방문 유도하는 광고를 해놓으면 당연히 보는 사람은 귀찮게만 느껴지고 쿠팡에 대한 인식만 안좋아진다.
네이버 카페나 각종 커뮤니티에도 쿠팡 파트너스 링크를 뿌리는 광고족들 때문에 사람들에게 극혐의 대상이 되었고 쿠팡 자체에 대한 인식도 많이 안좋아졌다.
2) 매출에 도움 안되는 홍보
이건 내가 쿠팡측의 데이터를 볼 수가 없으니 100% 확신은 못한다. 하지만 직관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쿠팡 회사측에 하등 도움될 게 없는 방식이다.
자, 쿠팡 방문해야 내용을 볼 수 있게 해놓았다고 하자. 누군가 그 광고를 통해 쿠팡을 접속하게 되고 이것 때문에 새롭게 쿠팡을 알게 되어서 고객이 되거나 아니면 그 방문했을 때 끌리는 상품을 발견해서 구매를 할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버튼이 보이면 그냥 뒤로 가던지, 아니면 쿠팡 방문했다가 바로 나와서 보려던 글만 마저 볼 것이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애초에 쿠팡에서 뭘 살 사람은 원래 살 거였다는 것이고, 살 게 없던 사람이 새롭게 물건을 사게 되어서 쿠팡 매출에 도움주는 경우는 거의 없을 거라는 거다.
그러면 어차피 당장 내일 필요한 옷이나 기저귀 등등 물건을 살 예정이었던 사람은 그 광고를 봤던 안봤던 살 운명이었다. 그걸 괜히 파트너스 광고를 누르게 만들어서 광고한 사람에게 3% 커미션만 지급하는 셈이다. 이건 마치 유명한 맛집 앞에 서서 어차피 거기 먹으려고 찾아온 사람들을 팔짱끼고 들어간 뒤 자기가 데려온 고객인 양 가게 주인에게 홍보 수수료를 떼어먹는 것과도 같은 행위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버튼만 달아서 보는 사람 짜증나게 하면서 어차피 물건 살 계획이 있었던 사람의 매출에서 커미션만 쏙 빼먹는 양아치 짓이다.
쿠팡 파트너스의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려면 이런 식이어야 한다. 예시를 들어 보겠다.
- 여러가지 사무용 의자의 가격과 체험 후기들을 비교 정리한 글을 작성.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본문 내에 상품 페이지로 연결되는 자신의 제휴 링크를 걸어서 구매가 발생하면 커미션 받는 방식
- 유튜브에 새로 나온 전자 제품을 써보고 리뷰한 영상을 업로드,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보라고 하고 파트너스 url 주소를 첨부
이렇게 해야 살까말까 고민중이던 고객에게 구매를 도와주고 쿠팡에 신규 매출을 끌어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홍보 활동에 따른 수수료로 커미션을 받는 것이니 정당한 윈윈 행위가 된다. 그렇지 않은가? 이걸 왜 쿠팡 당사자들은 모르고 아직까지 이런식의 활동을 방치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3. 정책 변경 내용
여기에 대한 신고가 많았는지 4월 19일부터는 새로운 정책이 적용된다. 나는 사실 이 신고도 저런 더보기 버튼 달아놓는 애들이 서로 상대방 신고하면서 제살 파먹기 한 게 아닌가 추측한다. 일반 사람들이 보다가 쿠팡 방문 버튼 있다고 누가 얼마나 신고를 넣었을까.
바뀐 정책내용은 다음과 같다.
- 방문해야만 글을 볼 수 있게 더보기 버튼을 배치하는 것이 금지된다.
- 광고를 배치할 경우 광고를 스킵하고 내용을 볼 수 있는 버튼을 추가해야 한다.
- 최대 5초 이후에는 스킵이 가능하도록 표시해야 하고 스킵할 경우 광고가 즉시 종료되어야 한다.
- 스킵 버튼은 X 형태로 표시하던지 이용자가 보기에 적당한 색상과 크기로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
- 동일한 방식의 광고가 같은 이용자에게 2시간 이상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도록 해야한다.
🔺 예시로 제시된 이미지를 보면, 이렇게 쿠팡 방문하고 더보기 배너 귀퉁이에 숫자 카운트다운을 해서, 5초 후에는 X를 눌러 끄고 내용을 볼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하… 이것도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짜증나는데 그냥 금지하면 안되나? 뭐 이렇게 또 복잡하게 바꿔서 계속 허용을 해주는지 모르겠네.
방문 안하면 못보게 해놓는 것도 빡치지만, 5초 카운트다운 쳐다보고 있어야 되는 것도 한국인한테는 매우 킹받는 일일 것이다. 과연 새로운 정책 적용후의 사람들 반응은 어떨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