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컴퓨터를 새로 구입하면서 이런저런 정보검색과 공부를 했다. 조립PC 구입할 때 알아야 할 기본 지식들과 팁을 정리해 본다.
조립PC의 정의
조립컴퓨터는 완제품 컴퓨터의 반대 의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딱 구분되진 않는다.
브랜드에서 정해진 사양으로 만들어놓고 파는 것을 완제품이라 하고, 직접 사양을 선택하는 것이 조립이다. 하지만 브랜드 pc도 커스텀이 가능하며 조립도 이미 짜놓은 견적을 그대로 쓰면 사실 완제품을 받는것과 같다.
결혼식을 예시로 들면 상황이 비슷하다. 웨딩 플래너를 끼고 추천해주는 견적에서 수정해가면서 선택하는 것이 브랜드 완제품. 웨딩 플래너 없이 직접 스드메 식장 알아보고 따로 계약하면 조립컴퓨터이다.
직접 조립할지 여부
일단 조립PC라고 해서 자기가 직접 부품을 하나하나 사다가 끼우는 것은 아니다. 뭐 그렇게 해도 되는데 경험이 없는 초보자라면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업체에 맡기는 것이 나은 이유
1) 숙련된 전문가나 경험자가 해야 실수로 부품을 망가뜨릴 일도 적음
2) 테스트 시 문제가 있으면 조치도 가능
3) 부품 끼우는 것 외에 선정리 등 마무리도 필요
직접 조립하는 경우
1) 여러번 해본 경험자
2) 앞으로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고 다음에도 직접 할 예정
3) 스스로 하는게 너무 재밌는 사람
4) 문제 발생시 스스로 감당할 수 있을 때
견적 뽑아보면 조립비는 보통 4~5만원 선에서 책정된다. 위에 해당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돈 아까워하지 말고 그냥 맡기자. ‘스스로 하면 돈 절약된다’는 이유로 직접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조립PC 각 부품의 이해
조립PC라는건 완제품 상태로 되어있는걸 사는게 아니라 본체 내부를 구성하는 각각의 부품을 내가 직접 고르겠다는 뜻이다.
롯데리아 치킨버거 주세요, 이게 아니라 서브웨이에서 빵은 뭘로, 야채는 어떻게, 소스 뿌릴거 따로따로 지정하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컴퓨터 본체 내부를 구성하는 주요 부품들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보통 다음과 같은 종류가 있다. 각각 담당하는 기능과 견적 짤 때 고려해야 할 부분에 대해 정리해 본다.
CPU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부분. 연산 속도를 책임지며 작업 속도와 멀티 태스킹 능력을 결정한다.
오버클럭을 할 생각이라거나 CPU 속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 글을 찾아서 읽을 일도 없을 것이다.
컴퓨터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가성비를 위해 조립을 생각하는 나 같은 경우라면, 인텔과 라이젠 두 양대산맥이 있다는 점, 그리고 세대별로 코어가 어떻게 되고 벤치마크 점수 확인해서 수준을 보는법 정도를 알면 된다.
CPU에 대해서는 별도로 정리한 아래 글을 참고
그래픽 카드 (GPU)
게임이나 사진/영상 편집같은 용도라면 별도의 외장 그래픽카드를 장착해서 성능을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CPU와 GPU의 차이를 간단히 알아보자. CPU는 순차적으로 들어오는 복잡한 연산들을 빠르게 처리하는 방식이다. GPU는 단순하고 많은 명령을 병렬로 동시에 처리하는 목적이다.
미적분을 이용해 어려운 우주선 궤도를 계산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수정해야 한다면 코어 하나당 높은 성능을 가진 CPU가 필요하다. 반면에 1+1=2와 같은 단순 계산을 초당 십만번씩 해야 한다면 코어의 숫자가 많은 GPU가 훨씬 유리하다.
디스플레이 화면에 색을 표현하는 일은 수많은 화소별로에 적절한 컬러 신호를 받아서 쏴주는 동시다발적 연산이다. 따라서 수천개의 코어를 가진 그래픽 카드로 빠르게 다수의 정보를 처리해주어야 한다.
최근 머신러닝 딥러닝 같은 인공지능 학습에 있어서도 대용량 데이터를 병렬처리 가능한 GPU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게임이나 영상 편집같은 작업이 목적이라면 별도로 그래픽 카드 구매가 필수인데, 점점 고사양만 바라보면 끝도 없으니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가성비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조립컴퓨터 견적에서 가장 큰 비용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이 그래픽 카드이다.
메모리
직접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은 CPU이지만 보조적인 임시 저장소가 있어야 더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 요리사가 칼질을 잘해도 주방이 좁아 음식 재료 놓을 공간이 없다면 불편해진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도 메모하고 정리할 노트가 구비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욱이 시험이 오픈북이라면.
메모리는 요즘에 16기가도 몇만원 안하니까 오래 쓸 생각하고 8기가보다는 16으로 맞춰주는 것이 좋겠다.
메모리 브랜드는 볼 것도 없이 삼성 선택하면 된다. (이상한 브랜드는 나중에 되팔 때 중고가도 상대적으로 낮음)
SSD
데이터 저장소이다. 예전에는 하드디스크를 썼지만 요즘은 기본으로 SSD를 쓴다. 부팅 속도와 연관 있으며 용량도 커져서 별도의 대용량 하드를 같이 쓸 필요도 없다.
SATA, NVMe 두 가지가 눈에 띌 텐데, 이것은 컴퓨터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 방식을 뜻한다. SATA는 예전 하드디스크 설계방식, NVMe는 SSD를 위한 플래시 기술로 설계되었다고 한다.
기술적인 자세한 부분은 깊게 들어가봐야 여기선 의미가 없고, 그래서 뭘 사요? 가 중요하다.
후기를 보면 애초에 SSD의 응답속도가 50마이크로초 정도인데 SATA와 NVMe 인터페이스의 지연시간은 6, 3 마이크로초 정도로 사용자가 체감할 수준은 못된다. 그래도 나중에 대용량 파일전송 같은 작업을 하면 소요시간이 차이날 수는 있으니 기왕이면 NVMe로 선택하는게 좋겠다.
SSD 명칭에 M.2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도 있는데 이건 위 용어들과는 별개로 연결하는 단자의 규격 (폼팩터)을 말한다. M.2는 메인보드에 직접 접촉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이게 크기도 작고 케이블도 불필요해서 깔끔하다.
NVMe 방식에 M.2 SSD를 해도 5만원 선이니 이걸로 골라주면 무방하다.
메인보드
이 모든 부품들을 장착하는 마더 기판이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당연히 안정성과 부품들간의 호환이다.
호환은 본인이 일일이 이 부품끼리 호환되는지 찾아보기는 어렵다. 다나와 견적 메뉴에 들어가면 선택한 부품간에 호환성 체크하는 기능을 지원하는데 이걸 이용해서 구성한 조합들이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조립PC는 커뮤니티 글들을 찾아보면서 문제없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초보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검토 방법이다.
내 목적에 맞는 사양으로
위에서 언급한 각각의 부품 특징을 이해하고 요즘 어떤 제품들이 나오는지 가격과 호환성, 온라인 상의 평가들을 검색해서 견적을 짠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 목적에 맞게 구성하는 것이다. 게임이나 영상편집을 할 게 아니라면 절대로 고가의 그래픽 카드를 살 필요가 없다. 걸어서 출퇴근하면서 차를 사서 주차장에만 모셔두는 것과 같다.
- 사무용 문서작업
- 웹서핑
- 유뷰트 넷플릭스 시청
- 저사양 게임
- 고사양 게임
- 영상,이미지 편집작업
이런 용도에 맞는 견적을 짜서 실용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직접 조립PC를 사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니깐.
조립PC 구매 팁
1) 컴퓨터 가격은 졸업 입학 시즌이 비싸고 여름 가을이 싸다. 선물로 많이 나가는 태블릿, 노트북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수요가 많은 시즌에 가격이 상승한다.
이러한 계절적 특수성을 이해하고 구매 시기를 조율한다면 좀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많게는 10만원 가까이도 왔다갔다 하니 급하게 사는게 아니라면 시기를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
2) 환율
무슨 컴퓨터 사는데 환율과 국제정세까지 고려해야 하나 싶다. 그래도 간혹 환율이 폭등하는 경우 수입하는 부품을 원화로 비싸게 사게 된다.
단기간의 경제적 이슈로 환율이 급등해서 부품 가격이 올랐다면, 잠잠해지길 기다렸다가 사는 것이 좋다.
3) 차세대 제품 발표
그래픽카드나 CPU 제조사에서 매년 신제품을 발표하는데, 다음 라인업이 아주 기대되는 제품이라면 이전 제품 가격은 떨어진다. (그거 사려고 다들 기다릴테니)
이럴때는 가격이 떨어진 앞 모델을 사는 것도 방법인데, 본인 역시 좋은 걸 사고싶을 테니 지름신을 이기는 절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