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도 이제는 브랜드 싸움이 아니라 플랫폼 전쟁인 듯 합니다. 지난번에 버티컬 커머스 전략으로 에이블리 성공 비결에 대해 말씀드렸었는데요. 에이블리에서는 자회사 에이블리블랙을 통해 멜리즈라는 가격비교 플랫폼도 런칭합니다.
에이블리는 셀럽이 디자인한 옷을 제작해서 팔아주는 플랫폼으로 인기를 얻었다가, 지금은 어드민 제도를 통해 누구나 쉽게 입점해서 물건을 팔 수 있는 오픈 마켓으로 거듭났습니다.
에이블리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아예 전세계 브랜드 패션의류 가격을 비교해주는 서비스를 런칭하는데 그게 멜리즈입니다.
멜리즈는 전세계 패션 브랜드 제품에 대해 판매처 별 가격을 비교해줍니다.
똑같은 옷을 여러군데서 팔고 있을 경우 이렇게 판매처 별 가격이 나오고 리뷰 개수까지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의류의 경우 보세같은 건 정확한 제품 모델명이 없는 경우가 많을텐데, 브랜드 제품에 대해서는 이렇게 거의 전 쇼핑몰의 가격 비교가 가능해집니다.
왜 아울렛 가도 40만원짜리 20만원에 할인한다고 되어 있는데 알고보면 동대문에서 5만원짜리 옷이고 그런 경우 많았잖아요. 앞으로는 이렇게 투명한 가격비교를 통해 점점 그런일은 없어질 것 같습니다.
멜리즈에 SPA (자체 상표 전문 판매)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제품, 해외 럭셔리 브랜드까지 다 나오기 때문에 이 어플 하나로 의류 쇼핑은 원큐에 끝낼 수 있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여기서 잘만 찾으면 되니까 득템의 기회도 생기게 됩니다. 옷 보다가 시간가는줄 모르게 되고 순식간에 통장을 텅장으로 만들수도 있고요.
독특한 점은 멜리즈는 말 그대로 가격비교만 해주는 플랫폼이고, 실제 결제는 해당 판매처로 이동한 후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즉 판매 업체는 별도의 결제 수수료도 없이 멜리즈에 올려서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셈입니다. 그럼 얘네는 뭘로 돈을 벌지? 궁금해지는데요.
멜리즈를 개발하는 에이블리 블랙은 패션 카테고리에 집중된 대규모 트래픽을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습니다. 즉, 패션 아이템 검색하려는 사람들은 다 멜리즈 켜도록 끌어오겠다는 것입니다.
요즘은 데이터가 무기인 시대입니다. 이렇게 트래픽이 생기면 그 많은 사람의 패션 취향과 구매내역 같은 데이터들이 쌓이게 되고 그게 또 다른 강점이 됩니다. 맞춤 추천을 잘해주고 득템의 기회를 줘서 락인 효과를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지요.
그렇게 패션 트래픽을 사로잡고 그걸 기반으로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 플랫폼 강자로서의 칼을 손에 쥐게 되는 것이고요. 그 후에는 멜리즈 측이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게 됩니다. 결국은 승자독식의 전쟁인 플랫폼 싸움에서 이겨야만 하는 전제조건이 걸린 목표입니다.
과연 에이블리와 에이블리 블랙의 멜리즈가 얼만큼 더 성장해 나아갈지, 언제나 치열했던 패션 업계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지 궁금해지네요. 에이블리 블랙 팀원들의 인터뷰 내용도 참고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