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 즉문즉설을 통해본 블로그 운영의 본질과 방향

2021년 12월 기점으로 전체 네이버 블로그의 수가 3천만개를 돌파했고, 한해동안 발행된 포스팅이 3억개에 이른다고 한다. 유튜브의 영상 컨텐츠가 대세라고 해도 여전히 컨텐츠 플랫폼으로써 블로그의 파워는 막강하다. 특히 SNS 이용에 익숙한 MZ세대가 블로그에 많이 넘어왔다.

인스타그램에 만연한 보여주기식 경쟁에 피로감을 느낀 MZ세대들이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기록할 수 있는 블로그에 둥지를 틀고 있다는 기사이다. 연락처가 연동되어 지인들에게 노출되는 SNS의 경우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데, 블로그는 그런거 상관없이 익명으로 편하게 운영할 수도 있다.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블로그의 매력이 주목받고 다시금 블로그의 시대로 회귀하는건가 싶어서 반가웠다. 인간은 글로 역사를 기록해왔고 글로 지혜를 이어나갔다는 점에서 블로그는 앞으로도 오래도록 존재할테니까.

그렇다고 블로그 운영이 쉽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16년 가량 블로그를 해본 경험자로써 블로그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꾸준하게 오래하는 것이다. 롱런을 하려면 내가 왜 이걸 하는지, 어떤 목적으로 하는지, 어느 정도 할 생각인지의 목적의식과 목표가 명확해야만 한다.

가끔 보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코너에서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흥미롭게 들었다. 블로그에 대한 고민까지도 이렇듯 쉽고 속시원하게 답변해 주시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법륜스님 즉문즉설 썸네일이미지

경쟁하려는 마음을 버려라

즉문즉설 50대 블로그 고민상담내용

🔺 상담의 주인공은 50대 여자분인데, 인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블로그를 써서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법륜스님 설교 모습

고민 : 블로그 하는 사람중에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그 속에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법륜스님 : 나도 젊은이에 못지않게 조금 쳐지지만 할 수 있겠다 라고 목표를 세워야지, 젊은이보다 잘하겠다고 목표를 세우면 힘들겠지요. 내가 이 나이에도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다 하고 도전을 해야지, 젊은이들보다 빨리 뛰겠다 라고 하면 힘들거 아닙니까.

블로그 운영을 도전이라고, 경쟁이라고 생각하니까 시작하기도 전부터 힘든 것이다. 쓰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그냥 편하게 쓰면 된다.

쓰고싶은 얘기를 썼는데 누가 와서 봐주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꺼버리면 된다. 꺼버린다고 그것이 실패인가 하면 또 아니다. 내가 쓰고싶은 것이 있고 그걸 블로그에 썼다는 일 자체에 의미를 두면 되는 것이다.

사람은 자기 기준으로 생각

고민 : 제가 경륜이 있으니까 젊은이들에게 도움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고…

법륜스님 : 근데 그걸 알아야돼요. 아무도 자기얘기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는데. 자기 자식들도 듣기 싫어해요. (ㅎㅎ)

고민 : 기술은 발전했지만 정서적으로 메말라있는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블로그를…

법륜스님 : 아니 누가 도와달라고 했어요? 도와달라고 하는 사람한테 도와주세요. (ㅋㅋㅋ)

내가 보기에 메말라보이고 외로워 보이는거지 젊은 친구들 하나도 안메말랐다. 물어보면 정서적으로 메말랐다고 대답하는 사람 하나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내 기준에서 비롯된 착각이다.

법륜스님이 어린시절 부목을 했던 적이 있다. 부목이란 쉽게말해 절에서 나무하고 화장실 똥치우고 밭 메고 불때는, 머슴살이를 하는 것이다. 법륜스님은 수행을 위해 속세와 인연을 끊기로 하고 두 가지를 다짐한다.

1) 일체의 돈을 소지하지 않는다.

2) 삼시세끼 공양 외에는 일체 다른걸 먹지 않는다.

그런데 절에 오는 불교 신자들이 보고는 처사가 불쌍해 보인다고 자꾸 돈을 찔러주거나 먹을것을 쥐어준다. 법륜스님은 본인이 스스로 그런것을 끊기로 하고 수행중인데, 도와주려는 행동이 오히려 수행을 방해하는 셈이었던 것이다. 사람은 상대방이 어떤 처지인지, 정말로 필요한게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본인의 기준으로 판단해서 행동한다.

법륜스님이 사람들을 관찰해보니 절에 단체로 온 손님들 중에 공양으로 냉면 먹자고 나서는 사람은 자기가 냉면을 좋아해서이고, 수제비를 먹자고 하는 사람은 자기가 수제비를 좋아해서였다. 다 자기가 좋자고 하는 것이며 실제로 상대방이 좋아하는게 아니다. 

사람이 남을 생각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사실 사람은 자기밖에 생각할 줄 모른다.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오히려 인간관계가 편해진다.

듣고 싶은 얘기를 들려줘라

어떤 강사가 열심히 자료 조사를 하고 강의 화면도 만들고 연습도 많이 해서 강단에 섰다. 한정된 시간에 많은 걸 전달해주려고 알차게 준비했고 의욕도 넘친다. 그런데 얘기를 하다보면 수강생의 반이 자고 있다.

그런데 다른 어떤 강사를 보니 강의중에 자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분위기가 너무 좋다. 비결이 뭐냐고 묻자, 자기는 그렇게 강의 준비를 많이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수강생들이 묻는 말에 대답을 해주고, 듣고싶어 하는 얘기를 한다는 것이다.

블로그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남이 내 충고를 필요로 할거라고 넘겨짚지 말고 그냥 내가 하고싶은 얘기를 한다고 생각하고 해라. 누가 들으면 좋고 안들어도 그만이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들어주기를 바란다면 듣고 싶어하는 얘기를 해라. (중요)

이것은 블로그를 키우거나 수익형 블로그를 노리는 사람들에게도 아주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본질적인 목표를 어디에 둘 것인지를 정해놓고 해야 현타가 오지않고 오래도록 지속할 수가 있다.

그냥 내가 하고싶은 말이 있어서 깨작거리고 싶은건지,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내 얘기를 들어주고 인기있고 싶은건지.

둘 중 노선을 잘 잡아야 한다. 간혹가다 두 가지가 모두 해당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기는 흔치 않다. 최소한 내가 그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겸손하게 생각하고 한쪽은 포기해야 한다.

스스로 하고싶은 글을 끄적일 거면 다른 이들이 많이 봐줄 거라는 기대를 하지않고 마음을 비우면 된다. 만약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인기있는 블로그를 만들고 싶다면, 철저하게 다른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써야 한다.

따지고 보면 그것이 결국 타게팅, SEO의 기본이기도 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닌, 사람들이 궁금한 것, 듣고싶은 말을 해주는 것. 본능적으로 SEO까지 꿰뚫고 계신 법륜스님은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