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인회계사 증원을 둘러싼 논란이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다. 의대 증원 논란과 마찬가지로 전문 자격증의 공급 확대 정책을 둘러싸고 정부와 업계 간 시각차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공인회계사 증원의 배경과 현황

금융위원회는 최근 몇 년간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왔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850명으로 유지되던 최소 선발 인원을 2020년부터 1100명으로 늘렸고, 2024년에는 1250명까지 확대했다. 2025년에는 다소 조정하여 1200명을 선발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증원 정책의 가장 큰 배경은 신(新) 외부감사법 시행이다.
2018년 11월부터 시행된 개정 외감법은 외부 회계감사 대상을 유한회사까지 확대했고, 자산 500억원, 매출 500억원 이상 기업들의 무조건적 외부감사를 의무화했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함께 회계법인의 인력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회계업계 상황은 복잡하다. 빅4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의 2024년 신규 채용 규모는 810명으로, 합격 최소 인원 1250명보다 440명 이상 적다. 이로 인해 수습기관을 찾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가 200명 안팎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회계사 업계에서 반발하는 이유는?
회계업계는 여러 이유로 증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25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5%가 2030년까지 연간 선발인원을 850명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고 답했고, 98%는 최소 10% 이상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업계 반대 논리의 핵심은 감사 품질 저하 우려다. ▲급격한 증원으로 실무 경험과 숙련도를 갖춘 인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지적 ▲실무수습기관의 수용 능력 한계 ▲AI와 디지털 전환으로 중장기적 인력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 등이 주요 근거다.
| 구분 | 찬성 측 논리 | 반대 측 논리 |
|---|---|---|
| 정부 입장 | 신외감법으로 수요 급증, 비회계법인 수요 해소 필요 | – |
| 업계 입장 | – | 감사품질 저하, 실무수습기관 한계, AI로 장기수요 감소 |
| 주요 근거 | 회계 투명성 강화, 공공기관 인력 부족 | 휴업회계사 증가, 숙련인력 부족 우려 |
특히 휴업 회계사 비율이 높다는 점도 논란이다. 2020년 기준 전체 공인회계사 21,444명 중 34.8%인 7,472명이 회계감사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휴업 회계사였다. 이는 10년 전 30.5%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반면 정부는 비회계법인의 수요 증가를 강조한다. 상장기업, 금융유관기관, 공공기관 등에서 회계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계법인의 수요에만 맞춰 선발하면 비회계법인에는 영원히 회계사가 공급될 수 없다”며 장기적 관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지정 회계사 문제 어떻게 해야할까
2024년 가장 큰 이슈는 미지정 회계사 문제다.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도 수습기관을 찾지 못한 이들이 22년 만에 처음으로 트럭시위를 벌이며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회계사가 정식 자격을 갖추려면 회계법인이나 기업 등 지정기관에서 2년간 수습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현재 미지정 회계사들을 위한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빅4 회계법인과 협의해 인턴 기간을 정식 수습기간으로 인정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위 역시 이러한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실현되면 내년 이월 인원은 줄어들 전망이다.
미지정 회계사들은 회사들이 경력직만 선호하고, 신입을 채용해도 회계법인 이직 가능성 때문에 꺼린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빅4 회계법인 4~5년차 회계사의 연봉은 1억원 수준으로, 일반 기업에서 동일한 대우를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 빅4 회계법인 신규 채용: 810명
• 최소 선발 인원: 1,250명
• 미지정 회계사 추산: 200명 안팎
• 채용 부족분: 440명 이상
해외 사례와 향후 전망
법조계의 선례를 살펴보면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2009년 로스쿨 도입 당시 법조계도 정원 확대에 강력히 반대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 변호사 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났음에도 법률서비스 품질 저하 비판은 크지 않다.
오히려 지방 도시 개업 변호사 증가로 소비자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2025년부터 공인회계사 시험 제도를 개편해 1차 합격자 수를 현행보다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1차 합격증도 별도로 교부해 회계 업무 가능 인력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최종 합격자 수는 늘리지 않지만, 회계 관련 업무에 종사할 수 있는 인력 풀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한편 AI와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회계업무 자동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중장기적 인력 수요 전망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단순 반복 업무는 줄어들지만 고도화된 분석과 자문 업무는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회계사 증원 논란은 단순히 자격증 발급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회계 투명성 제고, 전문성 유지, 사회적 수요 변화, 기술 발전 등 복합적 요인들이 얽혀 있는 이슈다. 정부와 업계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공인회계사 증원 논란의 핵심 포인트 정리
- 신외감법 시행으로 회계사 수요 급증 vs 업계 품질 저하 우려
- 미지정 회계사 200명 발생으로 사회 문제화
- 비회계법인 수요 해소와 휴업회계사 문제 동시 해결 필요
- 법조계 선례처럼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효과 기대